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돌 Dec 13. 2019

추억의 도시락, 편의점 도시락.

도시락 세대, 급식 세대, 그리고 편의점 세대.



  간혹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 

굳이 밖에서 해결할 거 없이 집으로 사 와서 아주 편히 먹는다. 레인지만 돌리면 되는 데다, 양이 적당해 쓰레기가 생길 일이 없어 뒤처리도 편하다. 그야말로 자취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도시락, 도시락. 가만히 불러보면 머릿속에는 온갖 편의점 도시락들이 떠오른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한 때 도시락이란 내게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였는데 말이다. 어느 날 하루는 고기 듬뿍 도시락을 먹다 말고 '이 도시락이 그 도시락이 맞나?' 란 의문이 들었더랬다.





  전국에 급식이 널리 퍼지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 나 역시 중학생 무렵까지는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각자의 도시락을 나눠 먹던 기억이다.


  매일같이 참치 캔 하나만큼은 꼭 챙기던 녀석, 고기반찬이 넉넉하던 녀석, 장조림이 빠지지 않던 녀석 등등. 친구들의 도시락에는 저마다의 특색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엄마들의 특징이었으리라. 나의 도시락 역시 그랬다. 행여 섞일까 봐 기본 찬들이 꼼꼼하게 나뉘어 담겼고, 메인 반찬으로는 소시지, 완자 등 친구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음식들로. 제육이나 김치볶음밥 같은 걸 줄기차게 싸 오던 친구들에 비하면 나의 반찬은 다채로웠으나, 뚜렷한 색이나 과감성 면에서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엄마 그래도 맛있었어요.





  대체로 우리들은 공평하게 찬을 나누어 먹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점심마다 우리 앞엔 한정식 상이 펼쳐졌던 셈이다. 한 명의 보온 도시락 통이 아무리 커봐야 반찬 서너 개에 국 하나가 최대인데, 네댓이 모여 먹다 보면 반찬의 가짓수가 열 개도 넘게 늘어나 있던 것이다. 가끔가다 '왜 두 개씩 가져가냐', '치사하네' 따위의 다툼도 벌어졌지만, 먹다 보면 금세 풀리고 뭐 그러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나와 친구들은 밥을 먹으며 나눠 먹는 법을 배웠다. 

동시에 내 밥 그릇을 지키는 요령 같은 것도 은근히 터득했다. 착한 아이가 맨날 반찬을 많이 뺏긴다고 볼멘소리를 하자, 기어이 밥 중간중간에 치킨 너겟을 넣어주더라는 엄마와 아들의 도시락 이야기는 친구의 경험담이다. 맹세컨대 제 얘기는 아닙니다.





  허기는 사유에 앞서기 마련이다. 

나는 추억의 도시락을 잠시 떠올리다 말고 고기 듬뿍 도시락에 감탄하며 젓가락을 다시 놀리기 바쁘다. 어쩌면 이렇게 딱 한 끼에 알맞게 계란말이며 소시지까지 담고도 4천 얼마인 건지. 깔끔하다 깔끔해, 맛있다 맛있어.


  요즘의 학생들에게 도시락이란 어떤 의미일까? 오죽하면 중고생들을 '급식 세대'라 부를 정도이니, 도시락이란 더 이상 엄마의 정성이나 나만의 반찬 같은 의미로 느껴지지 않을 것만은 확실하다. 아마도 G*25나 C*, 7*** 을 먼저 떠올리겠지. 어린 학생들의 생각을 헤아려 봐도 짐작이 잘 안 가는 걸 보면 나는 역시 도시락 세대에 가까운 걸까. 아니, 요즘 같아서는 편의점 세대란 말이 더 정확한 것 같기도.




    

  

매거진의 이전글 초급과 중급 사이의 애매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