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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Dec 23. 2019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다.

이불킥 한 번 안 해 본 자 돌을 던지라.



  혼자 있을 때면 가끔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중엔 재미난 일들도 있지만, 생각하기조차 싫은 흑역사도 더러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운 기억. 흔히 말하는 '이불킥'의 순간들이다.





  원래 역사라는 건 진행 중인 순간에는 객관적으로 평하기 힘든 법이다. 당시엔 진지하고 비장했을 지라도 이제 와서 보면 창피하고 우스꽝스러웠던 일들 모두를 우리는 흑역사라고 부른다.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던 모 가수의 싸이월드 문구를 놀리는 사람 치고 자기는 그런 적 없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나만 해도 싸이에서 자주 '외로움' 상태였고, 메인 문구는 무려 '향기 나는 사람'이음을 고백합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이에게도 흑역사는 존재할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처음이라 서툴렀을 테고, 누구에게든 허점을 노출한 순간이 분명 있었으리라. 사람인지라 생리 현상 앞에 취약할 수도 있고, 감정의 동물인지라 순간의 기분이 이성에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잘난 사람을 눈 앞에 두고도 마음이 편안해 지기까지 한다.


  반면 눈 앞에 허술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지금 이 순간 그(녀)는 흑역사를 만드는 중일 수도 있다. 그가 허둥대는 건 서툴기 때문이지 못나서가 아니다. 그리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누구에게든 딱 저와 같던 순간이 한 번쯤 있지 않던가. 이렇게 생각하면 상대방의 웬만한 실수쯤엔 너그러워질 수가 있다. 




  이렇게 나의 흑역사는 잘난 이에게서 나를 지켜주기도, 못난(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를 존중하게도 해 준다. 이미 지난 나의 과거는 지금의 나와 당신을 환히 비춰주기 위해 그리도 어두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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