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어지기 #1
우발적이었지만 지우고 싶은 이유는 많았기에 속이 후련했다. 지금까지 보름이 넘도록 로그인은커녕 앱을 다시 설치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붙잡고 있던 SNS 계정이었으니 유난을 한 번 떨어볼까 한다.
사실 아직 큰 차이는 잘 모르겠다. 원래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던 데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크진 않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보던 시간이 좀 줄었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알게 되던 지인들의 근황을 전혀 알 수 없단 사실 정도가 인스타를 지운 후에 체감하는 변화다.
어차피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한다면 순기능만 취하자는 주의였다. 싸이월드 때도 그랬듯이 나의 흥미 여부와 상관없이 플랫폼의 흥망성쇠에 따라 얼마든 하다가 그만둘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도 여전한 플랫폼 파워를 지닌 인스타그램을 굳이 지운 데는 나만의 분명한 이유가 없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나 자신의 현재가 멋이 없단 뜻도 있고, 인스타를 열심히 챙기면서 하는 일이 멋없게 느껴졌단 뜻도 있다.
진짜 멋쟁이들의 인스타를 보자. 선팔맞팔 태그 없이도 수십만의 팔로워가 있고, 애써 보이지 않은 일상에서도 멋이 뿜어져 나온다. 이에 반해 일반적인 인스타 계정들은 어떠한가. 각종 태그가 난무하며, 딱 봐도 사진에 보정티가 팍팍 나고, 이벤트를 일상인양 뽐내려는 허세가 뻔히 보인다. 그야말로 멋이 없다.
그렇다. 요즘 나의 화두는 바로 '멋'이다. '멋이란 것이 폭발했다'라고 농담할 때의 그 멋과, '저 사람 진짜 멋있다'라고 감탄할 때의 멋이 다르지 않다. 멋이란 말은 어떠한 오해나 오용의 소지 없이 그 자체로 그냥 멋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를 지우고 나서 느낀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아무래도 전보다 사진을 덜 찍고 다닌다. 그동안은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수시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니 대개 인스타그램을 염두에 둔 행위였다.
좋은 풍경, 맛있는 음식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조금 더 바라보며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안의 멋을 느낀다. 마침 새해를 맞이하며 이러한 변화에 더욱 힘을 싣고 싶다. 당분간 스마트폰을 가만히 쳐다보며 이런저런 잡념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