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소환되는 추억에 관한 단상.
아이폰(iOS) 사진 앱에는 추억 카테고리가 있다. '과거의 오늘', '~와 함께', '~에서' 등 추억이 될 만한 사진들을 알아서 잘도 분류해 놓는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도 간혹 뜨는 알림 창을 눌러 과거의 사진들을 구경하게 된다. 한 장 두 장 사진을 넘기다 보면 당시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혹은 아련하게 떠오르고야 만다.
사진 속의 나와 지인들은 대체로 웃고 있다. 과거의 추억은 대개 누군가와 함께라서 더 아름다웠다. 가족, 친구, '옛' 친구, 연인, '전' 연인... 여전히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 곁에 없는 이들도 반드시 보이게 마련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제는 함께하지 않는 이들과의 과거를 떠올리는 일은 씁쓸함을 남긴다.
예고 없이 소환된 추억으로 인해 원래 하려던 일을 잊고 화면을 끄는 경우도 많다. 행복의 기억은 아련했고, 슬픔의 기억은 아쉬워 상념에 빠지는 게 궁상 같아서다. 사진첩을 정리하지 않고 쌓아두는 편인 나로서는 별의별 사진들이 다 뜨다 보니 더 그렇다. '이 사진이 아직도 있었네'라며 뒤늦게 지우곤 하는데, 이런 방식이야말로 나의 사진 정리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렇게 지우고 지우다 보면 남는 건 좋은 추억들 뿐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 그때의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 반드시 현재의 나이기에 그렇다. 지금 내 상태가 좋다면 어떠한 추억이든 아름답고, 지금의 내 상태가 안 좋다면 아무리 좋았던 추억도 과거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과거의 사진들을 본 뒤에는 반드시 최근 찍은 사진들을 훑어보게 됐다. 내가 요즘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누구와 함께하는지를 돌아보는 데 사진만한 게 없어서다. 현재의 내게 집중한다는 건, 미래를 향해 조금은 더 나아갔단 증거일까? 부디 미래에는 일.부.러. 지우는 사진들은 줄어들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되도록이면 웃으며 사진을 남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