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7

- 소리로 소리 덮기

by 차돌


완벽한 침묵을 바란 건 아니었다. 통제할 수 없는 소음이 귓가를 맴도는 건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었다. 한 번 귀가 트이고 나니 온통 소리에만 신경이 쓰이는 거였다. 위스키를 연거푸 마셔도 뜨겁게 취기만 오를 뿐, 귀에서는 계속 신호음이 났다. 나는 결국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틀었다. 선곡을 할 필요도 없이 화면 상단에 있는 인기 리스트를 재생했다. 어떤 노래든지 간에 귀를 시끄럽게 해서 신호음을 안 들리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거실로 나오려던 아내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목 언저리에 통증이 느껴져 눈을 떴을 때는 어스름한 새벽이었다. 식탁에 양손을 포개고 엎드려 잠들었던 것이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귀에서 빠진 한쪽 이어폰이 줄에 매달려 대롱거렸다. 눈앞에는 반쯤 남은 술병과 그 옆에 놓인 술잔이 보였다. 조금 남은 위스키에 얼음 녹은 물이 섞여 연한 보리차 색을 띠고 있었다. 갈증을 느껴서잔에 든 물은 싱크대에 버리고 정수물을 새로 받아 마셨다.


꿀꺽꿀꺽 목 넘김 소리에 불현듯 귀 생각이 들어 잠시 숨을 죽였다. 다행히 신호음은 들리지 않았다. 안도한 나는 방으로 들어가 매트리스에 드러누웠다. 마침내 찾은 침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한참을 뒤척여도 잠은 다시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초조하게 출근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윽고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을 때 밖은 이미 밝아 있었다. 회사로 가서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자 머리가 또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어제 산 두통약을 브리프 케이스에 챙겨 넣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어젯밤과는 또 다른 종류의 소리를 감지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쏴-’ 하는 식의 파도음 비슷한 소리였다. 셔츠의 단추를 채우다 말고 멈추어 서서 눈을 감아 보았다. 분명히 귀 안에서는 파도가 철썩이고 있었다.




출근길은 여느 때와 같았지만 나의 관심만큼은 평소와 달랐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에서도 바깥의 소음 대신 내 안의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챙겨 나온 두툼한 헤드폰에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어 외부로부터의 소리를 차단하기 적합했다. 그렇게 바라본 출근길 풍경은 마치 무성영화의 장면 장면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여유롭게 감상에 빠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귀 안에서 반복되는 소음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을 느꼈다. 할 수 없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음악을 재생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 위해서 클래식 앨범을 골랐다. 덕분에 한동안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내려야 할 역을 놓칠 뻔하여 황급히 일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헤드폰을 얼굴에 삐뚜름하게 걸친 채 열차에서 겨우 내린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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