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의 오류 범하지 않기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으로 온 사회가 폭염과 함께 들끓는 중이다. 지난 주말 땡볕 아래 시위에 나선 선생님들을 보며 부디 이 사태가 제대로 수습되길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이었다.
예견된 사회적 참사라는 생각이다. 내 또래의 교사 지인들 치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하나 마음껏 해 놓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학부모들의 간섭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들의 고충에 공감해 왔기에 하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가 학생 인권조례 때문이라느니 하는 일각의 지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언론에서 앞다퉈 보도하는 정쟁화 된 이슈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갈 지경이다.
별 잘못도 안 하고 풀스윙으로 뺨을 맞거나 몽둥이로 엉덩이, 허벅지를 두들겨 맞던 건 내 세대에서 끝나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일제식(제국주의식), 군대식 폭력이 훈육의 탈을 쓴 학교 현장은 내가 겪기에 지극히 후진적이었다.
그런 폐해를 없애고자 온갖 저항을 딛고 발전해 온 게 학생들의 인권 보호를 강화한 사회적 합의다. 물론 나는 지금의 학생 인권조례가 완벽하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교권이 추락한 원인을 학생 인권의 신장으로 연결 짓는 일이야말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가해자 아닌 자동차 탓만 하는 꼴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반비례 관계는 더더욱 아니다. 같이 보완해 가야 할 우리 교육 환경과 시스템 전반의 중요한 기둥이다.
체벌이 금지된 학교에서 통제가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지도가 너무 어렵다는 선생님들의 하소연에 십분 공감한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악마 같은 선생님들 못지않게 악마 같은 학생들도 참 많았다. 이 참에 일선 현장의 선생님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보다 강력한 학생 통제 수단을 확립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선생님에 대한 간섭이 도를 넘었다는 여론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이야말로 내 자식만 귀한 줄 아는 어른 세대가 전에 없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녀 교육에 특히 민감한 우리 사회의 특성상 만연한 이기주의야말로 교권 침해라는 아주 지독한 현상으로 곪아 터진 게 아닐까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교육의 문제를 정쟁화시키는 모든 세력의 불온한 목소리에는 학을 뗄 지경이다. 내 생각이 전부 옳다고는 생각지 아니하나, 경험과 관심을 토대로 적어도 인과는 바로 보고 있노라 자부한다.
앞으로도 나는 사회적 이슈를 접할 때 어설픈 중립 기어를 박기보다는 명확한 내 의견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런 목소리들이 바로 모여야 비로소 건전한 여론이 형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는 그렇게 바라봐야 할 사안들이 많을 것이고, 틈틈이 기록으로 남기는 일 또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 짧게 끄적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