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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Fi>

윤종신, 지코

by 차돌


https://www.youtube.com/watch?v=7G3NchTIW5w


끝을 봤어

'혹시나'는 없었어

흔들리는 니 마음일까 봐

거리의 와이파이처럼

어쩌다 떠올라서 멈춰버린 시간들


비굴했어 가끔 떠오른다고

니 소식 찾아보기도 했어

1) 단호한 이별은 내가 보인

마지막 겉멋일 뿐


널 끊겠어

뚝 끊어 버리겠어 2) 마치 금연처럼 난

서서히 줄여 갈 수는 없는 거란 걸

봐 각자의 인생을 봐 걸리적거릴 거야

벗어나야 풀리는 거리의 와이파이처럼


환영받지 못한 관계

둘은 짐작했었지

현실을 꾸며낸 채 끝을 미루고

애써 침착했었지

못다 한 그리움의 소행일까

불쑥 네 소식 들리면

난 모든 가능성에서 도망 나와

저 먼 곳에 마음을 옮기고

3) 더 좋은 사람 만나란 말

멋없게 여겼던 나도

차츰 공감이 가 뭐 별수 없더라고

너무 걱정 마

내가 그럴싸한

개자식이 되고 나면 말이야

우린 무난한 이별을 맞게 될 거야

4) 잘 살게 될 거야


집중했어 처량하지 않으려

니 소식 흔한 친구 안부쯤

1) 단호한 이별은 내가

결국 지켜낸 약속 하나


널 끊겠어

뚝 끊어 버리겠어 마치 금연처럼 난

서서히 줄여 갈 수는 없는 거란 걸

봐 각자의 인생을 봐 걸리적거릴 거야

벗어나야 풀리는 거리의 와이파이처럼


여기저기 마구 떠도는

낯선 주파수 속 들린

추억 소리도 난 흔들리지 않아


난 살겠어

잘 살아 버리겠어 마치 단세포처럼

죽도록 내 행복 하나만 바라보며

가 각자의 인생을 가

아무 일 없던 거야

길을 걷다 잡혔던

거리의 와이파이처럼


4) 잘 살게 될 거야




밖에선 주로 LTE로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거리의 와이파이가 잡힐 때가 있잖아요. 와이파이를 켜놓은 상태였을 때요. 그 거리의 와이파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인터넷이 안 되고, 사용 중이던 메신저가 끊기기도 해요. 그 순간 하고 있던 모든 일이 멈춰버리는 거죠. 마치 이별한 연인이 갑자기 떠올라서 아무 일도 못하는 것처럼요.


- 2017 [월간 윤종신] 2월호 'Wi-Fi(With ZICO)' 유튜브 소개 내용 中




헤어진 연인에 대한 감정을 거리에서 불쑥 잡혔다 끊겼다 하는 와이파이에 빗대어 노래한 곡으로, 수많은 이별 노래를 히트시킨 윤종신의 기획, 작사, 프로듀싱 역량이 역시나 돋보인다(작곡, 편곡은 정석원).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Wi-Fi>는 형식(?)이랄까, 독특한 노래 방식으로 귓가마저 사로잡는다. 발라드인 줄로만 알고 듣다가, '널 끊겠어,어,어,어~' 하는 이펙트, 효과음으로 와이파이를 표현한 대목에 이르면 감탄이 절로 난다.




1) 단호한 이별은 '내가 보인 마지막 겉멋일 뿐' 이라던 1절의 가사는 2절에서 '내가 결국 지켜낸 약속 하나'로 바뀐다. 자신의 이별 태도가 겉멋이었노라 돌이키던 화자가 마침내 그것이 지켜낸 약속이었다며 자조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나친 자기 비하와 연민은 타인의 공감을 끌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말하는 이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듯한 윤종신의 연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2) 이번엔 '마치 금연처럼 난 서서히 줄여 갈 수는 없는 거란 걸' 소절을 한 번 보자. 그리움, 아련함 같은 감정의 조각이 과연 일시에 해소되는가 라는 질문 앞에 이 가사는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추억은 서서히 잊어갈 뿐 단번에 지워버릴 순 없기 때문. 하지만 와이파이에 비유한 관계의 속성에서 보자면 이야기가 다르다. '너'라는 존재는 금연처럼 아예 끊거나, 거리의 와이파이처럼 완전히 벗어나지 않고서 내 안에 애매하게 둘 수는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미약하게 잡힌 와이파이 신호를 유지하며 온라인에 제대로 접속하기를 바랄 순 없는 노릇이다. 장소를 아예 바꿔 강한 와이파이 신호를 잡거나, LTE 또는 5G를 이용해야만 한다. 사랑도 그렇다. 어중간한 관계, 애매한 감정으로는 결코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없다.




3) 이 노래는 윤종신의 단독 곡이 아니다. 지코의 랩으로 중반을 장식하며 음악에 운율과 멋을 더했다. 랩 파트 중에서도 나는, '더 좋은 사람 만나란 말 멋없게 여겼던 나도 차츰 공감이 가 뭐 별수 없더라고'에 주목해 본다. 확실히 랩이기에 직설적이며, 그래서 맥락 그대로 와닿는 부분이다. 헤어진 연인이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는 마음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품어 본 이라면 그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으리라.


4) 멜로디(윤종신)와 랩(지코) 파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통의 가사는 바로 '잘 살게 될 거야'이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을 갖는다. 작사가 윤종신은 과연 이 구절을 화자 스스로가 한 다짐으로 사용한 것인지, 지난 연인인 '너'가 잘 살게 될 거란 바람의 의미로 사용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일까?



* 효과음을 지우고 피아노 선율과 윤종신의 목소리만으로 채운 클린 버전의 곡도 있다. 이건 또 이것대로 좋지만 역시 난 원곡을 자주 찾아 듣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DbLSlTTXA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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