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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이>

- 폴킴

by 차돌



우리 만남이 특별하진 않았지

우리 만남에 뭐 있겠어

우리 이별이 가슴 찢기도록 아프진 않았지만

슬플 거야


우리 만남이 특별하진 않았지

우리 만남에 뭐 있겠어

그래도 우리 좀 친해지긴 했지만 서로

눈물 보일 것까진

그리울 거야


인생은 헤어지고 만나고 익숙해지고

또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고

인생은 무뎌지고 아파하며 익숙해져서

다시 그땔 그리워해


우리 만남이 특별하진 않았지

이 나이에 뭐 있겠어

즐거웠다 또 만나자 어 연락해 말해도

한동안 또 안 볼 사이

그리울 거야


인생은 헤어지고 만나고 익숙해지고

또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고

인생은 무뎌지고 아파하며 익숙해져서

다시 그땔


누구나 헤어지고 만나고 익숙해지고

또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고

인생은 무뎌지고 아파하며 익숙해져서

다시 그땔 그리워해

우리 만남이



만남과 이별이 늘 거창한 모습은 아니다. 우리 일상의 대부분은 만나고 헤어지며 관계를 맺고 끊는 시간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폴킴의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면 연애부터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 곡의 가사에는 그보다 큰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네 살 배기 조카의 집에 놀러 갔다 올 때마다 이별의 아픔을 느낀다. 삼촌 가지 말라고 서글프게 우는 녀석을 떼어 놓고 나설 때면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다. 한참 울다가도 잠시 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녀석인 걸 알지만, 헤어지는 순간의 아쉬움은 녀석 못지않게 나도 큰 것이다. 돌이켜 보면 어릴 때도 그랬다. 사촌이든 친구든 방학을 맞아 며칠을 함께 하다가 작별하는 날이라도 오면 나는 그렇게 아쉽고 섭섭했다. 정을 붙이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은데, 정을 떼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아파하고 익숙해지는 요령이 여전히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아픔에 대해서야 두말할 필요가 있으랴. <우리 만남이>의 메인 멜로디이자 후렴구인 '인생은 헤어지고 만나고 익숙해지고 / 또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고'의 가사에는 얼핏 담담한 듯해도 절절하고 애끓는 심정이 너무나 잘 담겨 있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하기 위해서는 '밥만 잘 먹더라'는 회상이 가능할 정도의 치유와, 새로운 인연이 필요한 법. 그러기 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서글픈 감정에 '무뎌지고 아파하며 익숙해져서' 살아갈 뿐이다.


한때 마음 깊은 곳을 기꺼이 내어주던 사람과의 사랑. 시작의 이유든 이별의 이유든 생각해 보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이유를 대려면 선뜻 말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하고 소중한 우리들의 만남. <우리 만남이>의 1절 후렴구는 '다시 그땔 그리워해'이지만 2절에서는 '다시 그땔'로 여운을 남기며 멜로디가 마무리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이별 뒤 시간이 흘러 마음을 회복한 화자의 심경 변화를 의도한 게 아닐까. 누구나 만나고 헤어지며 무뎌지는 과정을 통해 그리움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을 테니까.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처럼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아픔과, 귀여운 조카와 일상에서 종종 만났다 헤어지는 아픔의 깊이가 결코 비슷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폴킴의 <우리 만남이>를 들으며 어떤 면에서는 두 아픔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감정을 느꼈다.


아주 큰 아픔이든 작은 아픔이든, 시간이 흐르고 그리워지는 건 이별이 아닌 만남의 모습일 거다.


https://www.youtube.com/watch?v=76GMyR0W_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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