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XX이 비상계엄을 내렸대요!
1년 전 그날, 실내 농구장에서 내가 그렇게 외쳤다. 쉬는 타임에 친구가 보내온 속보를 보고 한창 농구 중인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다. 모두가 잠시 얼어붙었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경기는 재개됐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 여겼고, 농구장에 군인이 들이닥친 것도 아니었으니까. 나 역시 그저 정치적 해프닝쯤으로 여기며 다음 쿼터에 열중했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휴대폰을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았고, 그제야 차의 속도를 올려 아내에게 향했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역설적이게도 2024년 12월 3일의 내란 사태는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세계에 확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극우 세력의 준동은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조차 광장으로 나오게 했다. 좌우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식과 비상식, 정의와 부패의 싸움이란 사실을 모두가 직감했다.
설마설마했지만, 그가 정말 그런 선택까지 할 줄은 몰랐던 나는 분노했지만 예전만큼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아마 나이를 먹은 탓일 것이다. 역사는 때때로 퇴보하는 듯 보이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처절한 깨달음을 얻고 결국 전진의 힘을 마련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되뇌며 위안 삼았다.
오늘 대통령의 담화에서 "내란은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 중이며, 진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부분에 특히 공감했다. "봉합이 아닌 통합이 필요하다"라는 표현에서는 행정부 수장으로서의 분별력과 의지가 분명히 느껴졌다.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삶의 모든 것은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위임된 권력이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개인의 삶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요즘은 안도감으로 다가온다.
중도를 자처하며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도 내 주변에 많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손가락질하는 광경에 신경 쓰다가, 정작 자기에게 튄 흔적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엔 그런 모습에 화가 났지만, 이제는 덜 분노한다. 화는 결국 내가 옳다고 믿는 마음에서 비롯되니까. 그보다는 내가 세상을 올바르게 보고 있는가에 집중하고, 남의 선택에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1년이 지난 오늘, 짧게나마 기록하고 싶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매일 되새겨야 할 가장 현실적인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