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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Feb 06. 2018

겨울이니까. 그래도 겨울이니까.

밖이 너무 추운데 마음까지 얼어붙어 있길래 녹여내는 짧은 이야기 




날씨가 무척이나 춥다. 아무리 옷을 껴 입어도 품 안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적응하기는 커녕 매일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한기가 유별나기만 하다. 원래 겨울 날씨가 이런가 싶은 의문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기록적인 한파'라는 언론의 보도로 해소되곤 한다.


그래도 겨울이니까, 아무리 춥다한들 겨울이니까.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며 찬 공기를 가둬야 할 제트기류에 이상이 생겨 중위도 지방에 한파가 밀려오는 거라는 '온난화의 역설'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겨울은 겨울이니까. 유난히도 추운 요즘의 날씨는 그래서 어느 정도는 또 이해할 수 있는 온도이기는 하다.





바깥 온도보다는 역시나 마음의 온도가 문제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뜨뜻한 실내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면 금세 또 회복되는게 체온이라면, 마음의 온도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를테면 한여름의 땡볕 아래에서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울 수도 있는 것이며, 추운날 눈밭을 뒹굴거나 얼음물에 입수하는 특전사들의 마음은 또 불덩이 같이 뜨거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 어떤 이유에서든 마음마저 얼어붙어 있는 상태라면 차라리 몸과 마음의 온도가 모두 차가운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이 추위가 물러가면 나의 마음도 어느 정도 따스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얼마 만큼은 가져볼 수 있는 덕분이다. 아무렴 바깥 날씨가 후끈후끈 더운데 마음에는 찬바람만 쌩하게 부는 날들이 지속된다면 그 안팎의 차이로 마음은 더 어수선할 수도 있을테니.  





돌이켜 보면 분명 이보다 추웠던 날들도 있던 것 같지만, 아무리 그때를 떠올려본들 지금의 추위가 사라지는 건 결코 아니다. 굳이 지난 추위까지 기억해낼 바에야 현재의 마음에만 충실한 게 아무래도 현명한 일이겠기에, 회상은 멈추고 지금을 살아갈 뿐이다.


모든 걸 잊고 여행을 하기에도 너무 추운 날씨라서 더욱 그렇다. 바깥에 눈 돌릴 여유가 없으니 자꾸만 안을 들여다 보게 되고, 이 때 확인하는 마음의 온도가 너무나 낮을 때 이따금씩 놀라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가만히 안을 들여다 보면 추위의 원인들이 그다지 새삼스럽지는 않다.

   


 


이렇게 얼어붙은 마음이라지만, 그래도 최근까지는 이런저런 열정들로 불타던 때도 있었다. 딱히 양은 냄비에 비유하고 싶지는 않다만 급하게 달궈졌던 마음이 그만큼 급격히 식어버렸다라고 한다면 결국에 문제는 마음의 그릇에 달려있는 걸까.


그래 겨울이니까. 놀라울 정도로 얼어붙은 마음을 확인하고도 춥다고 떼 쓸 수만은 없는 계절이니까. 겨울은 가고 봄이 온다는 명제조차도 이제는 너무나 진부한 서른 몇 해의 돌고 돈 계절이니까. 분명히 설원이 배경이지만 환한 햇살 덕분에 보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이 전해지는 사진 한 장을 두고 되뇌이는 한 마디, "겨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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