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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Jan 04. 2023

30. 다시 겨울, 새해

스웨덴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겨울. 그리고 두 번째 비자.

브런치에 와서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만 몇개월하다가 

결국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스스로 참 아쉬웠던 점은 브런치에 내가 남기고픈 글들을 다 남기지 못하고 2022년을 지나왔다는 점.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더 많은 내 현실친구, 가족들이 보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 자주 안부겸 글을 남겨왔다. 브런치와 네이버블로그를 균형있게 운영하고 싶었는데 난 아직 그럴 깜냥이 아니였나보다.

2023년의 바람은 브런치를 더 열심히 운영하고 싶다는 것

물론 안부겸 올리는 네이버블로그도 지금처럼 하겠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아닌 불특정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혹은 나만의 비밀스런 공간같은 이 브런치에 더 속마음을 털어볼까 생각중이다.

나는 글이 주는 힘을 믿기에, 

글로 남기면서 어느 정도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이나 생각들을

털어내고, 나누고, 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먼저 2022년을 갈무리하면서

내가 한 일들을 정리하자면

1월-2월 설날맞이 순스발, 우메오 국내여행을 다녀왔고 

5월 고틀란드 국내여행

6월 SFI를 마쳤다.

8월 예테보리 에드쉬런 콘서트, 헬싱보리 / 그리고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

9월 한국

10월 두 번째 비자 신청

12월 Svenska som andraspråk grundläggande delkurs 3 마쳤고

        비자발급, 

        크리스마스 연휴 우메오여행


대략적인 정리를 보니까 생각보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왔구나, 싶었다.

한동안 코로나로 발이 묶여서 많이 못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2022년에는 어찌저찌 다녔던 거 같다.

아직도 아쉬운 건 유럽에 살면서 다른 유럽국가들을 많이 못 다녀봐서

2023년부터는 가까운 유럽국가들을 여행하면서 경험해보고 싶다.

한국은 2020년 스웨덴으로 와서 살면서 

2021년 11월

2022년 9월 

두 번 다녀왔다.

몇몇 지인들은 1년에 한번이면 자주 오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스웨덴과 한국 간의 사이는 멀지만 난 의무처럼 1년에 한 번은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2021년엔 더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때문에 비행시간이 가뜩이나 긴 데 

더 길어져서 17시간 정도의 비행을 이겨내고 다녀와야 했다. 그걸 왕복하고 다녀왔으니...

지금 생각하건데 2023년에는 이런 비행으로는 다시 한국에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직 1월이라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그리고 지긋지긋하던 SFI를 끝냈다.

2021년 5월에 ID카드를 발급받고 6월부터 시작한 SFI코스,

이민자들을 위한 스웨덴어 코스인데 나는 중간 중간 쉼을 제하더라도

거의 10개월을 거쳐서 졸업할 수 있었다.

정해진 기간이 있다고는 하나 순전히 담당 선생님의 재량에 의하여 

국가시험을 보고 레벨을 올리고,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면 끝.

운이 안좋았는지 마지막에 담당했던 선생님께서 나를 좀 힘들게 하셨다.

몇 번의 실랑이로 겨우 얻어낸 시험기회로 나는 SFI를 통과했다.

나름의 보상으로 콘서트, 여행을 다녀왔고 

3개월 정도 쉰 다음 Svenska som andraspråk grundläggande delkurs를 신청했다.

제 2외국어로서의 스웨덴어 코스.


이상하게 1부터 시작되지 않고 이건 2, 3, 4 이렇게 3과정이 있다.

나는 2부터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첫날 레벨테스트에서 결과가 좋았는지

2를 생략하고 3부터 들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끝낸 건 3까지.


2023년 시작과 함께, 다음주부터 마지막 과정인 4를 듣는다.

여기서 끝을 내고 여러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나 직업학교로 빠지든

아님 대학공부를 다시하려면 SVA라는 마지막 고등코스를 들어야 한다.

나는 전자를 가는 걸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아마 학교에서 배우는 스웨덴어는 이번 4 코스가 마지막일 듯 싶다.


스웨덴어에 여전히 자신이 없다.

잘 들리지도 않고 이해도 잘 안 된다.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스웨덴어를 위해서 찾아보거나 듣거나 혹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나는 한국 예능과 한국 유튜브를 찾아본다.

이런 것도 향수병의 일종이라 하면 난 그런 거 같다.

뭐라도 해야겠기에 시작한 거라서 스웨덴어 실력이 더디게 향상되어도 

그냥 묵묵히 내 발걸음의 속도로 가보기로 했다.

괜히 여기저기 비교하거나, 주제에 맞지도 않게 보폭을 늘이지 않으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비자.

2020년 삼보비자를 받았다.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고 갱신을 신청했고

최근 난민문제와 보수정당의 집권으로 더 엄격해진 비자체제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두 달만에 갱신에 성공했다.

아직 UT카드라는 외국인증을 발급 받지 못했는데 이것도 다음주 중으로 해결할 예정.

후기에 보니까 길면 7~8개월도 걸린다는데 나는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어쩔 땐 세상 운이 없는 사람 같다가도 

이렇게 또 잘 풀리면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1년에 비자정책이 개정되면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문턱이 높아졌다.

몇몇 사람들은 아예 영주권의 개념을 없애버린다고도 한다.

그만큼 스웨덴의 보수정당,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커지고 있는 거 같다.


난민들을 무분별하게 들여오고, 외국인들이 나라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다 시피하는 이 곳...

이제와서 내쫒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고

그들의 권리를 축소하거나 앞으로 영주권을 받을 사람들에게 더 높은 조건을 요구하는 거 같다.

말이 영주권이지 5년짜리 비자.

그래도 5년 동안 비자 걱정없이 지낼 수 있다는 장점과

2년마다 갱신할 때 내야 하는 25만원 정도의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가장 큰 조건이 스웨덴 내에서 만 3년이상 살았어야 하고

정규직으로 직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두 번째 비자를 채우면 난 만 4년을 거주하게 되는 것이라서 첫번째 조건엔 충족이지만

정규직... 과연 쉬울까 싶다...

스웨덴도 코로나의 여파로 정규직을 잘 뽑지 않고 

일자리난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일과 그들이 필요한 사람들을 다르니까.

IT, 간호사, 요양사, 선생님, 기술자들은 부족하고 

그 외에는 일자리가 부족한 거 같다.

난 부족한 인력을 메꾸기엔 적성도 능력도 없고 다른 길을 찾아가려니 좀 막막하고 걱정이다.

그런데 그것도 그냥 부딪혀 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여기까지 그간 근황 겸 스웨덴의 현실.


연말에는 혼자 카페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2022년 안에 다 읽으려고 한국에서 사 온 귀한 종이책.

공교롭게도 이 책의 저자가 스웨덴사람이라 

스웨덴어버전으로도 사서 남편이 읽었다.

나는 한국어로 된 이 책을 아끼고 아껴가며 읽었는데

결국 다 읽지 못하고 2023년을 맞이했다.

이제 거의 마무리로 향하는 중인데 괜시리 또 속도를 늦추게 된다.

2022년의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

오후 2시면 어두워지는 스웨덴의 겨울.

동지가 지나고 나서는 그래도 낮이 길어지는 중이라 위안을 삼고 지내고 있다.



2023년 1월 1일

신정기념으로 떡국을 끓여 먹었다.

사골육수보단 멸치육수를 더 선호해서

코인육수로 낸 국물에 떡, 파만 넣고 끓였다.

대신 고명으로 다진소고기, 다진파, 달걀지단을 올렸다.

예쁘게 올려서 사진 찍고 싶었는데 올리자마자 퍼져버려서...

아껴둔 냉동호빵도 데워 먹었다.

해외에서 파는 한국호빵들은 다 냉동이다.

예전에는 한팩에 4개 들었던 거 같은데 3개... 언제부터지?

홀수라서 괜히 아쉽다.

연말에 아시아마트에서 득템했던 할인하는 호떡믹스

비싸서 손이 잘 안갔는데 세일폭이 커서 덥석 집었다.

할인을 이렇게 받아도 한국에서 사는 가격보단 훨씬 비싸다.

유통기한 임박상품이라 할인을 많이 했던 거 같은데

가루류니까 유통기한은 뭐 며칠 지나도 상관없었다.

남편이랑 같이 내가 반죽하고 남편은 굽고

분업으로 구워서 먹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한국에선 잘 사먹지 않던 겨울 간식들이 없으니까 또 그립다.

있으면 있는 줄 모르다가

없으면 그 소중함, 그리움을 느끼는 이상한 존재...

정말 정말 오랜만에 구름한점 없는 하늘을 만났다.

이런 날 밖에 나가 걷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낄 수 있어서 나갔다가

정말 호되게 추위를 느끼고 들어왔다.

어찌나 쌀쌀하던지... 얼굴이 가장 시려웠다.

얼얼하게 맞은 기분.


앞으로 눈예보가 많은 1월이다.

그리고 아직 2023년이 왔는지 잘 실감이 안난다.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나의 마지막 스웨덴어코스 4 과정을 잘 마무리하고

두 번째 비자와 함께 UT카드를 발급받고

그리고 여행을 어디론가 떠나는 게 나의 2023년 상반기 위시리스트.


올 한해 더 알차게 브런치에 글을 남기겠다 다짐하면서 글을 마무리해본다.

Gott nytt å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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