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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Jan 27. 2023

32. 해외에서 맞는 설날

해외에서 3번째 설날을 보내는 한국인의 밥상

1월

스웨덴에는 음력으로 달력을 세지 않는다.

여긴 오로지 양력뿐이다.

스웨덴에서 명절이라고 하면 

가장 큰 건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연휴인 것 같고

(24일부터 26일까지 쉬는데 보통 앞뒤로 1~2주 더 길게 쉬기도 한다. 25, 26일은 공식적으로 빨간날)

그리고 미드솜마르.

한국에선 아마 공포영화 제목으로 더 유명하겠지만 이건 그냥 하지기념일(?) 같은 연휴다.

이를 기점으로 많은 상점, 회사들이 여름휴가를 가진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만큼 길게... 보통 길게 가면 한달, 한달 반을 가기도 하고

적어도 2주씩은 가는 게 좀 이들이 문화인 거 같다.

그래서 여름휴가, 혹은 크리스마스-연말휴가때엔 관공서 업무조차 느려진다.


암튼,

점점더 한국의 명절이나 연휴보단 스웨덴의 공휴일, 명절이 더 와닿게 된다.

아무래도 내가 지내는 곳이 스웨덴이다보니 한국의 빨간날들이 나에겐 별 중요치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설날, 구정 연휴는 챙겨보고 싶어서 

스웨덴어수업으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면서도 열심히 한국음식을 챙겨 먹었다.

고맙게도 한국에서 선물이 도착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친구가 선물을 보내 준댔는데

본인도 바쁘다보니 늦어져서 결국엔 새해 선물로 받게 되었다.

그래도 고맙고 좋았다:)

이건 오롯이 스웨덴에서 공수한 재료들로 만든 닭갈비.

아시안마트에서 산 한국산 떡볶이떡과 닭갈비소스

원래는 유튜브 레시피를 따라 만드는데 바쁘고 귀찮을땐 시판 소스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닭고기는 다릿살만 모아놓은 거.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산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집에서도 고기는 꼭 스웨덴산 고기로 산다.

보통은 닭껍질이 제거된 걸로 샀는데 이번에 껍질 붙어 있는 게 세일하길래 그냥 샀다.

가위로 대충 껍질을 손질해서 시판 소스 부어서 한 10-20분 정도 재웠다.

물론 식당에서 먹는 게 더 맛있겠지만

이렇게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친구가 보내 준 택배에 있던 건면 라면.

스웨덴에선 풀무원라면을 구할 수 없는데 친구 찬스로 이 귀한 걸 먹어보게 되었다.

라면이 이렇게 깔끔할 수가!

김밥은 손이 많이 가지만 너무나 좋아하는지라 자주 해먹는 편이다.

김, 밥, 단무지만 있으면 기본은 하는 거 같다.

라면과 김밥

떡볶이와 김밥

이건 정말 최고의 궁합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치킨이 그리워서 사 본 냉동비비고치킨.

연말에 한국슈퍼에서 조금 할인하길래 냉큼 집었다.

그런데... 아끼고 아껴서 먹었건만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다.

우선 바삭하지 않았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기를 이용하라고 적혀 있었는데 우린 오븐에 구웠다.

바삭하지 않고 그냥 전분가루 붙여서 구운 치킨...

소스도 그냥저냥... 재구매 의사 없음.


설날이 있던 주말.

나에겐 그냥 평범한 주말이었지만

한국에선 설날명절이고 

그래도 떡국을 먹어야겠고

괜히 막 산적도 먹고 싶고

그래서 둘다 만들어 먹었다.

스웨덴마트에서 공수한 재료들.

여기선 맛살을 냉동으로 판다. 이름은 수리미.

그리고 이집트산 파. 여긴 파 사이즈가 딱 한 종류이다.

대파와 쪽파 사이의 그 어딘가 사이즈.

그리고 최근 보이기 시작한 스웨덴산 느타리버섯.

흔한 스웨덴산 당근.

여기까지가 산적을 위한 재료.

이건 독일 한국마트에서 배달받은 거.

스웨덴에는 오뚜기 만두가 없다.

비비고만두가 그나마 많고 종종 삼립이나 이름이 낯선 브랜드가 있었다.

오뚜기는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라 믿고 사봤다.

그리고 스웨덴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배달시킨 김에 같이 샀던 종가집 떡국떡.

맛살이 손가락 길이 정도로 나온 거라서 

거기에 맞춰서 길이를 맞춰 재료를 손질했다.

꼬지도 없어서 그냥 이쑤시개.


밑간도 없이 부침가루도 생략

그냥 달걀에 소금으로 간해서 옷입혀서 구웠다.

대충 만든 거 치고 맛이 괜찮아서 다 먹었다.

먹고 싶어서 그랬나,

산적을 먹어야 뭔가 명절 분위기가 난다.

이런 거 만들면 꼭 엄마 생각이 난다.

신정에는 그냥 떡만 넣고 끓였는데

이번엔 만두까지 넣어서 떡만두국으로 끓였다.

난 사골육수보단 멸치육수파라서

맑은 국물에 멸치육수코인 넣고 끓였다.

달걀고명은 산적부치고 남은 달걀 부쳐서 썰은 것.


그 다음날은 호화롭게 갈비찜도 했다.

동네 마트에서 등갈비 사다가

비비고 돼지갈비양념으로 재워서 1시간 넘게 푹 끓였다.

오래 푹 끓이니까 뼈랑 살이 알아서 분리될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떡볶이떡도 그냥 한번 넣어 본 건데 잘 어울렸다.


날씨가 한동안 계속 영하였다.

눈이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많이 추워서 서리가 많이 내렸다.

주변이 하얗게 서렸다.

가까이서 보니 참 신기한 결정모양으로 나뭇가지를 뒤덮고 있었다.

신기하다.


새해라고 느낀지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시간이 참 빨라서 벌써 1월 말...

다음 주에 2월이라니! 한달이 순삭된 느낌이다.

여전히 어두운 스웨덴의 겨울이지만 확실히 12월보단 낮이 길어져서 

이젠 4시쯤 되야 밤이다 싶다.

(12월엔 오후 2시 이후론 깜깜하다.)

점점 더 낮이 길어지는 이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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