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근교 소도시, 베스테로스로의 짧은 여행
볼일도 있고
스웨덴어 수업에 지쳐 잠시 쉼이 필요했던 때
남편과 함께 짧은 1박 2일 여행으로 Västerås 베스테로스에 다녀왔다.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는 짧은 여행이라 아무 준비없이 그냥 각자 백팩 하나씩 메고
기차표만 미리 사서 출발!
스톡홀름 센트럴 기차역에서 출발했다.
1시간 정도의 짧은 기차라서 조금 늦은 점심을 도착해서 먹을 생각으로
12시 14분 기차 예매
예매 당시 우린 좌석을 선택할 수 없어서 조금 불안하긴 했다.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짧은 구간의 기차는 좌석 선택이 안되나보다... 우리의 추측은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좌석이 지정된 표를 산 사람들이 자기 자리라고 하면
비켜줘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두 번정도 자리를 옮기고서 도착한 베스테로스.
남편도 나도 처음 와보는 도시.
큰 기대는 없지만 낯선 도시에 발을 딛는 그 설렘!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스웨덴의 가장 큰 카페체인 에스프레소하우스
어느 역을 가나 볼 수 있는 것 같다.
역에서 출발해서 아직 호텔 체크인 시간은 좀 남았기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인 거리쪽으로 향해 걸었다.
구글맵에서 나름 평점 높은 아시안식당을 들어갔다.
전형적인 패스트푸드점 같은 인테리어
중국과 태국의 그 어딘가의 느낌을 뿜는 메뉴와 직원들.
남편은 소고기 볶음 같은 걸 시켰고
나는 아끼우동을 시켰다.
메뉴도 퓨전인 듯.
둘다 간이 센 편이었고 양이 많았다.
스웨덴에서 이 정도 양에 이 가격이면 나쁘지 않았다.
몇몇 음료나 커피는 무료로 제공되기에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맛으로만 보자면 그닥 매력적인 곳은 아닌 듯했다.
(우리 옆 테이블과 뒷 테이블은 음식을 많이 남겼더라... 우리 싹 먹어치웠다!)
호텔 체크인시간까지 시간도 때울 겸 소화도 시킬 겸
일대를 여기저기 정처없이 걸었다.
쇼핑몰도 들어가서 보고~ 빵을 사먹지 않아도 재미있는 빵집구경:)
종교는 없지만 우린 꼭 성당을 들리는 것 같다.
유럽하면 정말 성당이 꼭 있다.
우리나라 산에 절이 있듯이 어느 도시나 대표적인 성당이 있는 것 같다.
종교없이도 그냥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라 좋다.
절도 좋고
성당도 좋고.
2월이라 아직은 추워서 길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유독 이 주말은 해가 나서 더 기분이 좋았다.
영하의 날씨라 추운 것만 빼곤 완벽했던 날씨!
사랑의 자물쇠인가?!
뭔가 스웨덴 같지 않으면서도 스웨덴스러운 느낌의 이국적인 풍경
여긴 베스테로스시청인 것 같다.
그런데 국기는 또 우크라이나 깃발인..
호텔체크인시간에 맞춰서 로비로 들어왔는데
처음으로 보는 기계가 있었다.
셀프 체크인 기계.
셀프 체크아웃은 해봤지만 호텔에서 체크인을 또 셀프로 하기는 처음!
정말 점점 기계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구나 체감했다.
이번 호텔은 예약할 때 아예 계산을 했어서 더 수월하게 체크인할 수 있었다.
예약자이름 입력하고 확인하고 카드키를 대고 방을 배정받은 뒤 확인!
남편것 내것 각자 하나씩 가지려고 2개의 카드키를 입력하고 체크인 완료!
뷰가 딱 기차역뷰.
뷰를 바라고 온 것은 아니라서 나쁘지 않았다.
기차역과의 접근성은 정말 가깝다. 1분컷!
스웨덴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함은
물부심이다.
수돗물을 그냥 퍼마신다...ㅎㅎ
이건 나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는데
스웨덴은 무엇보다 물, 공기 자연이 참 깨끗한 나라인 것 같다.
이런 문화를 생소하게 여길 외국인들을 위해서 이런 마크가.
화장실 세면대에 적혀있다.
컵이나 병만 있으면 어디서든 물을 떠 마실 수 있다.
해가 많이 길어지긴 했지만 오후 5시쯤부터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늦은 피카를 하러 갔다.
아직 저녁 먹기엔 좀 이른 듯해서.
원래 가려던 곳은 주말에 문을 열지 않았고
두 번째 가려던 이 곳은 문을 4시에 닫는다.
(이런 경우가 전형적인 스웨덴 문화! 문을 참 빨리 닫는다.
빨간 날에 문을 잘 열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찾은 곳은 동네 어르신들이 사랑방처럼 와서 머물다 가는,
저녁식사까지 하는 듯한 카페 겸 식당같은 곳이었다.
큰 기대없이 하나 남은 크림브륄레치즈케이크(이름이 뭔가 신선했다.)
그리고 라떼와 브루드커피를 시켰다.
Gevalia는 스웨덴의 유명한 인스턴트커피 브랜드(우리나라로 치면 맥심이나 카누?!)
여기 커피브랜드로 커피를 내리시나보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꾸덕한 치즈케잌은 아니고 크리미하고 가벼운 식감.
나쁘지 않았다.
피카하면서 주변 사람들 구경도 하고 창밖의 지는 해도 보고
남편과 이것저것 도란도란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점점 더 어두워지니까 얼른 저녁먹고 호텔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아서
조금 서둘러 카페를 나섰다.
카페를 나오니 밖은 벌써 어둡다.
바로 앞에 있는 비스트로 식당으로 찾아 들어갔다.
주말 저녁인데 예약없이 갔더니 직원이 난감해하면서
예약이 많아서 1시간 안에 먹고 가야 한다며 그래도 먹겠냐고 하길래
우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생각해서 오케이 하고 자리를 배정받았다.
다들 와인을 마시는 분위기지만 우린 우리답게 가장 큰 사이즈의 지역맥주를 시켰다.
그리고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시그니쳐 샐러드
피쉬앤칩스를 시켰다.
샐러드가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아서 먹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피쉬앤칩스는 나쁘지 않았다. 생선은 냉동인 듯 했지만
플레이팅이 나쁘지 않아서 괜찮았다.
감자튀김을 길쭉하게 썰지 않고 투박하게 자른 것이 독특했다.
먹으면서 남편이랑 열띤 대화 중이었는데
우리가 한시간을 꽉 채워서 앉아있었나보다.
다 먹어가는 그릇을 막 치우시길래 우리도 좀 허겁지검 남은 음식을 먹고 나왔다.
서비스는 좀 별로였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평하고 싶다.
가격은 뭐... 주말 저녁에 비스트로 가격이라 우리 기준에선 비쌌다.
다음 날 아침
베스테로스에 온 목적을 달성하고
돌아가는 기차시간 전에 점심을 먹었다.
호텔에서 간단한 조식을 먹었어서 그렇게 많이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스톡홀름으로 돌아가면 점심 시간이 애매해져서 뭐라도 먹고 가야 할 것 같았다.
전날 사람이 많았던 카페 겸 식당을 눈여겨봤다가 가봤다.
내가 좋아하는 치즈가 올라간 샐러드
그리고 라자냐
chvre치즈라고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인데 구워서 꿀이랑 같이 먹는 게 인상적이었다.
다른 식당에서 한번 먹어보고 괜찮아서 보이면 시키게 된다.
샐러드니까 뭔가 건강할 것만 같고:)
샐러드, 라자냐 여기는 맛도 가격도 좋았다.
여기가 맘에 들었는지 남편이 피카도 하고 가자고 해서
디저트랑 커피까지 추가로 시켜서 먹었다.
코코넛 파이였는데
스웨덴에서 파이를 주문하면 이 바닐라 크림을 듬뿍 뿌려준다.
기본적으로 뿌려서 나오거나 주문할 때 바닐라크림 뿌려줄까요? 물어보기도 한다.
코코넛향이 진하고 씹는 맛이 좋았던 달달한 파이.
피카까지 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스웨덴 기차는 제시간에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경우가 잘 없는 거 같다.
역시나... 도착예정시간이 길어진다는 안내문구가 있었다.
올 때는 운 좋게 제시간에 출발해서 잘 도착했는데
돌아갈 때는 아닌가보다.
그래도 기차가 취소되지 않은 게 어디!
날씨가 좋았고
음식이 좋았고
그냥 잔잔하게 다른 도시를 둘러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고
뭔가 특별하게 하지 않아도 이렇게 하는 여행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게 바로 여행의 힘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