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고미 Mar 22. 2023

35. 3월의 겨울왕국

3월에는 봄일까 겨울일까... 스웨덴의 애매한 겨울과 봄의 그 경계

스웨덴에 살면서 받은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스웨덴에도 사계절이 있어? 였다.

내 생각에 사계절이 없는 나라는 없는 거 같다.

다만 그 경계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차이가 날 뿐.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였다.

지금은 기후변화로 여름이 압도적으로 길게 느껴지긴 하지만

나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웨덴에도 사계절은 분명 존재한다.

처음 스웨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땐

막연히 그냥 북유럽, 추운 나라였다.

처음 스웨덴에 첫 발을 딛은 때엔 여름이었고

여기도 여름엔 덥고, 다만 여름이 빨리 지나가는 편이구나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8월에 여행왔는데 초에만 잠깐 더웠고(한국만큼 숨막히는 더위는 아니였지만)

8월 중순부턴 서늘하고 아침저녁엔 쌀쌀함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3년정도 살아본 결과

여긴 한국과 달리 겨울이 압도적으로 긴 사계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인 기준으로는 지금 눈이 있어도 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주관적인 한 한국인의 기준으로 스웨덴의 계절을 나눠 보자면

10월부터 점점 낮의 길이가 급격히 짧아지면서 춥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늦가을에서 초겨울 어딘가의 날씨가 시작되고

12월 동지가 되면 낮이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하루종일 컴컴하다.

해가 오후 2시면 지니까.

가장 겨울의 클라이막스라 함은 한국과 같이 1월-2월이다.

가장 춥고 가장 눈도 많이 온다.

입추, 경칩을 기준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4월까지도 눈이 내린다.

그런데 3-4월에 내리는 눈은 아무리 많이 와도 표면만 덮거나 기온이 올라가 금방 녹는다.


그리고 스웨덴의 가장 좋은 계절(내 기준)

5월부터 점점 푸르름이 생겨나면서 6-7월은 여름이라 불리면서 

온통 초록초록하다. 

낮도 길어서 저녁 8시라도 밝다.

그리고 다시 8월부터 선선하고, 쌀쌀하고, 긴팔, 긴바지가 필요해지고

9월부터는 다시 겨울이 곧 다가올 것을 생각하며 

울긋불긋한 풍경을 맘껏 즐겨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막 든다.


사계절이 분명 존재하지만 한국과는 다를 뿐이다.


3월이 어느덧 후반으로 지나가고 이제 곧 4월이 올 것 같다.

그런데 지난주, 3월초중반에 눈폭풍이 휘몰아쳤다.

작년 11월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11월답지 않게 눈이 엄청 많이 내렸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번 3월 눈도 그랬다.

앞에 언급했듯이 3-4월 눈이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눈이 퍼부었고 바람이 씽씽 무섭게 불었었다.

전날 먼저 맛보기로 내리는가 싶더니

뉴스예보에서 아예 경고를 했다.

눈경보가 내린 곳은 내가 살고 있는 스톡홀름 일대.

신기하게 딱 저 언저리만 눈이 많이 올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 아침부터 눈이 퍼부었다.

운이 좋게도 학교수업이 없어서 집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었는데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정말 걱정스러웠다.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


스웨덴의 발코니는 우리집처럼 위에가 뻥 뚫렸다.

특히 맨꼭대기층은 이렇게 지붕없이 눈을 다 맞는다.

(최근 지어진 집들은 유리로 가림막을 만들거나 지붕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집들은 없다.)

커다란 눈케잌이 생겼다.

다음날 지하철역에서 바라본 모습.

눈이 많이 내리던 당시에는 버스도, 기차도 취소되었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지하철은 다닌 것 같았고

눈이 퍼붓고 난 다음날은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역시... 이정도 눈에는 익숙한 스웨덴 사람들.


수업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길에는 온통 치워지지 않은 눈과 

녹아내려 흘러가는 눈으로 난리였다.

무엇보다 더 위험한 건 건물 위에서 예고없이 떨어지는 눈덩어리들.


일부 구간에는 위험표시가 있어서 비켜가면 되는데

좁은 길에선 피할 것도 없이 맞거나 운이 좋아야 했다.

정말... 위험천만


눈을 수시로 치우지만 한번에 많은 양이 내리면 치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3월이다보니 낮에는 기온이 영상인 경우가 있어서

녹으면서 더 지저분해지고 질퍽질퍽해진다.


이맘때 스웨덴에선 차 뒷판이나

사람들의 신발, 바지 끝단은 뭐 그냥 더러워지기 일쑤다.

하긴 사람들도 별 그닥 신경을 쓰는 듯 보이진 않다.


어느 정도 치워진 모습은 이렇다.


이게 불과 지난주였고

이번주엔 계속된 비예보와 영상기온으로 길이 많이 녹았다.

다만 여기저기 물 웅덩이 많이 생겼다.


기상이변이 맞는 거 같다.

예고없이 눈이 퍼붓다가 기온이 올라가서 물로 녹아서 해수면을 높이고 

일부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나 농작지들은 물에 잠기기도 한다고 한다.


지구 어디선가는 가뭄으로

혹은 홍수로

혹은 지진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들이 여기저기 속출한다.

인재도 무섭지만 자연재해는 예고치않게 찾아와 더 무서운 거 같다.


새하얀 눈이 예쁠때도 있지만 한번씩은 이 눈이 어떤 경고를 의미하는 걸까 무섭기도 한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34. Västerå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