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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Jul 20. 2024

62. 탄소 감축입니다

뚜벅이로 살아가는 일상

흔히들 20살이 되면 운전면허를 딴다.

10대의 나는 운전에 대한 로망이 있었으면서도 운전면허를 나중에 따야지 미루다

결국 30대가 훌쩍 넘어서도 운전 면허없이 뚜벅이로 살아가는 중이다.


나 빼곤 가족 포함 내 주변 친구들은 다 운전면허를 땄고 한국에 사는 친구들은 다 자차가 있다.

버스나 지하철이 잘 갖춰진 도시에 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땄다고는 하지만 자차로 운전해서 다니는 친구들이 어쩔 땐 멋지고 부러운 건 사실이다.


대학 때부터 난 차보단 집이 우선이어서 돈을 벌면 차보단 집을 우선 장만하고 싶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도 집이 없는데 무슨 차야 싶고 그렇다. 다행히 난 걷는 걸 즐기는 편이라 왕복 2시간 정도면 거뜬히 걷는다.

걷다보면 차를 타고 지날 때 지나치는 풍경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런 벤치에 널브러진 고양이 같은 풍경:)

지금 내가 임시로 지내는 이 도시엔 길이 참 잘 나있다. 가로수도 잘 가꿔져 있는 편이라 걸을 때 좋다. 옆에 쌩쌩 지나는 차들만 아님 숲을 거니는 느낌일텐데 그 정도까진 욕심이겠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나오면 시골스런 풍경도 금방 나오는 대도시(?)인 이 곳

빨간 벽돌집들이 참 인상적이다.

이 도시에 먼저 발령받아 지내는 친구의 추천으로 오게 된 베이글&스프 맛집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던 날이라 둘이서 우산 하나 나눠쓰고 여길 찾았다.

여름 한정 메뉴였던 이 초당옥수수스프가 별미였다.

이렇게 먹고 평소 우리가 식당가서 먹고 쓰는 돈보다 훨씬 많이 나오긴 했지만 만족스러웠다.


내가 볼 일 보러 간 사이 밖에서 날 기다리는

우산 속 우리 남편

날씨가 궂은 편이 아니면 대부분 걷는데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날엔 선택지가 없다.

그냥 버스!

카드를 찍고 버스에 올랐는데 평소 "감사합니다" 소리 대신 "탄소 감축입니다"라는 소리가 나왔다. 이 인삿말이 익숙치 않아서 나도 다른 사람들 탈 때 귀 기울여 계속 들어야 했다. 어떤 분은 카드 인식이 안 된 줄 알고는 두 번 찍고 현금으로 환불받아 가시기도.

대중교통을 타면 탄소가 감축된다는 취지인 거 같은데 아직은 좀 낯선 말이다.


의도하지 않게 난 탄소 감축의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큰 일이 없는 한은 계속 이렇게 뚜벅이로 걷는 즐거움을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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