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돈을 벌고, 취향이 내 최고의 스펙이 되는 세상. 요즘 세상에서 MZ세대인 나도 MZ세대와 어울리기 쉽지가 않다(개인적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Z세대와 묶이기엔 너무 늙다리 같다고 생각한다). 주입식에 익숙한 6차 교육 마지막 세대로 맹숭맹숭시키는 것만 잘하며 살아온 나. 이제 와서 뭘 좋아하냐 물어도 딱히 대답할 만한 게 없었다. 솔직히 기세 좋게 100일 동안 100가지 좋아하는 것을 글로 쓰겠다 해놓고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일 글쓰기보다 매일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곤욕이랄까.
4년 전 영끌해 집을 사고,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빚에 마음 둘 곳이 없었다. 매일 우울했고, 자신 없었고, 슬펐다. 그때는 집에 들어오는 것도 싫었으므로 집에 마음을 붙이기 위해 내가 선택한 건 집 꾸미기였다. 멋진 집들을 구경하며 요새 유행한다는 가구와 소품을 사들였다. 역시 마음의 병에는 금융 치료가 직빵이라는 말마따나 새로운 물건을 살 때마다 기분이 나아졌지만, 곧 질렸다. 당근에 팔고 다시 샀다. 결국 내 취향이 아니었던 거다.
모든 것의 기본은 리서치. 핀터레스트에서 예쁜 인테리어를 검색해 내가 마음에 드는 것들을 하나하나 저장했다. 좋아하는 침실 분위기, 거실은 이랬으면 좋겠고, 주방과 욕실은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그렇게 레퍼런스를 모으자 내 취향이 하나로 집결됐다. 프렌치 모던. 당장에 다 뜯어 올 리모델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굴뚝같지만, 현실 불가능하니까 홈 스타일링으로 공들여 흉내 냈다. 물건을 살 때도 신중히 했다.
내 눈에 예쁜 건 남들 눈에도 예쁜 게 인지상정. 나의 유럽 st 인테리어 완성이 되어갈 무렵 인테리어의 유행도 인더스트리얼에서 북유럽으로, 북유럽에서 미드센추리로 바뀌더니 지금은 유럽식 인테리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다시 나의 집은 경쟁력이 없어졌다(슬프게도).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분명히 내 취향을 발견했다. 이제 누가 뭘 좋아하느냐 묻거든 인테리어 카테고리에서는 정확하게 말할 취향이 생긴 거다. 앞으로 인테리어 유행이 또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내 인테리어 취향은 프렌치 무드로 계속해서 깊어질 예정이다.
취향을 찾아간다는 건 매우 어렵다. 있어 보이는 과시의 세상에서 멋진 것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어느 날은 유행인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다. 방법은 없다. 따라 해보고 아니면 말자. 단지 이때 주의할 것은 맹목적이지 말 것! 진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무엇인지 잊지 말 것!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믿고 사랑할 것!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 곧 취향들을 모으면 내가 완성될 거다. 취향 찾기는 흩어진 수많은 퍼즐들 중에서 나에게 꼭 맞는 퍼즐 조각을 찾아 헤매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