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치킨 안 좋아하는 사람 어딨겠냐마는 나는 진짜 치킨이 좋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80%가 치킨일 정도고 식재료를 사도 닭볶음탕용 닭은 꼭 산다. 에어프라이어로 간편하게 튀겨 먹을 수 있는 가라아게나 텐더도 사랑하는 편!
우리는 삼 남매인 다섯 식구고 가계가 풍족하지 않아 고등학교 전까지는 치킨을 주문해도 여유 있게 먹기 어려웠다. 늘 엄마가 먼저인 아빠는 엄마가 좋아하는 닭다리를 빼서 엄마 그릇에 올려놔줬고, 그나마 두 마리를 시켜 남는 건 오빠나 아빠에게 갔다. 자연스럽게 나랑 여동생은 다른 부위를 먹었는데, 그 때문인지 나는 아직도 닭다리살보다는 퍽살, 날갯살을 더 선호한다.
소더러 버릴 게 없는 음식이라지만 닭도 마찬가지. 달걀부터 목, 닭발, 닭내장탕(...은 안 먹어봤지만 마니아층에서 인기라고) 등등 여러 가지 음식으로 변화가 무쌍한데 어떤 것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니 서민 감성에 딱이다. 게다가 기름에 튀겨 온갖 양념들까지 더해지면 말해 뭐해, 너무 맛있다! 나는 후라이드도 좋지만 매운 양념이 곁들여진 메뉴가 취향인데 개인적으로 순위를 매기자면 1위가 바른치킨 대세치킨, 2위는 자담치킨 맵슐랭을 꼽을 수 있다. 사실 모든 치킨이 맛있기에 3위부터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달달하고 매콤한 간장치킨도 좋아하지만, 달달한 허니 어쩌구와 뿌링클 같은 건 일부러 주문하지 않는다(음식은 음식다워야 하고, 달콤한 건 디저트류로 충분하다).
치킨 사랑은 대학교 자취를 시작할 때부터 시작됐다. 우리 학교는 경기도 안성의 어느 리에 위치해 대학교만의 상권이 작게 있었다. 밥술 집은 3군데 정도, 편의점 2개, 중국집 1개, 뼈해장국집 1개, 치킨&호프집 1개. 우리 학교 학생들만 사는 원룸촌에 몇 개 안 되는 상가들이 거의 독점처럼 자리하고 시내로 나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일찍 끊기기까지 하니 선택권이 많이 없었다. 호프집에서 치킨을 먹는 일이 일상이 되자 거의 일주일에 5번은 치킨을 먹고도 돌아서면 치킨이 고팠다. 거의 중독자 수준. 물론 뜨끈하게 먹는 게 최고지만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와도 맛있다. 급기야 숙취해소도 양념치킨으로 하고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냉장고에서 식은 양념치킨은 숙취해소로 매우 훌륭하다(안 해봤다면 도전해보길).
젊은 날을 잔재는 습관처럼 자리 잡아 마흔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1인 가구라 주문 해먹을 게 마땅찮거나 이틀 연속 먹으면 쉽게 질리는 메뉴들 밖에 없을 때 자연스럽게 내 손은 치킨을 향한다. 1인 1 닭을 했을 정도로 왕성한 나의 식욕은 이제 한 마리도 두세 끼에 나눠 먹게 되었고, 치킨 가격도 더 이상 서민 감성이 아니게 되었지만 치킨 사랑은 아직도 ing 중! 이렇게 중독처럼 소울푸드가 생기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