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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 Jan 31. 2022

1일차 3-1코스 수서역~일자산 걷기

2022년 1월 22일 처음부터 욕심갖지 말자.

오래전에 쟁여둔 서울둘레길 스탬프북을 꺼냈다. 서울시청에 가면 가져올 수 있어서 몇 개 챙겼다. 2개와 500ml 물통, 귤 몇 개를 꺼내들고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첫번째 코스는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를 걷기로 했다. 


70대 엄마는 무릎이 약해 주사를 맞은지 얼마 안되 다리가 뻣뻣하다고 하고, 저도 컨디션이 별로 안좋았지만, 계속 늦추면 못갈꺼 같아 무작정 나섰다. 그래서 난이도가 가장 낮은 초급 코스부터 시작한다. 엄마는 집부터 걷자고 하셨지만, 천호역에서 수서역은 꽤 멀어서 지하철을 타고 갔다. 




고덕·일자산코스는 광나루역에서 출발해 한강, 고덕산, 일자산, 성내천, 문정근린공원, 탄천을 경유해 수서역에 도착하는 코스이다. 본 코스는 강길, 숲길, 하천길이 모두 포함되어 서울시의 자연경관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코스이다. 또한 숲길은 높지 않은 고도로 수월한 산행이 가능하며, 주변의 역사문화관광지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볼거리 또한 풍부하다. 코스가 긴 편으로 소요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비교적 평탄한 지형으로 트레킹을 하기에 무리가 없다.




수서역에 도착하자마자 탄천으로 진입한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고즈넉하다. 마스크를 써서 답답하지만, 하천 바람이 시원하다. 엄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탄천에서 성내천을 걷는다. 송파구가 돈이 많아서 그런지 사진 스팟도 잘 만들어놓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다. 하남 방면으로 농수관로 공사를 하고 었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걷고 있다. 킥보드를 알려주는 아빠와 4살짜리 딸도 있고, 다이어트를 하는 양 뛰는 아가씨도 있다. 


오래간만의 걷기라 중간중간에 귤도 까먹고, 물을 마시는데 다리가 뻐근하다. 광나루역까지 걷는게 목표이지만, 1년은 길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걷자고 얘기 했다. 엄마도 집에만 있다가 밖에 나오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하천을 따라 걸으니 바람이 좀 차다. 송파구가 넓은지는 알고 있었는데, 올림픽과 관련된 이름의 아파트가 참 많다. 아파트 공원을 걷는지, 송파구 산을 걷는지 조금 헷갈린다. 송파구 하천과 산이 적절하게 있어서 그런지 송파구 집값이 비싼가 보다. 


중간에 논밭이 나온다. 비닐하우스에 고구마, 파 등을 판다. 송파구에 이러한 곳이 있을지 몰랐다. 엄마가 이런데 땅 사놓으면 큰 부자가 될꺼 같다고 했다. 다만 땅 살 돈이 없다는게 문제겠지. 


주황색 서울둘레길 끈을 쫓아 걷다 보니, 하천을 벗어나 숲을 간다.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은 비닐하우스와 농장을 사이로 두어 둘이 걸으니 망정이지 혼자 걸으면 무서울꺼 같다. 남녀 아저씨 6명이 스템프를 찍고 있으니 묘하게 반갑다. 우리도 그 뒤에 스템프를 찍고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그 동네는 아빠 차로 몇번 지나간 적이 있는데, 걷다 보니 생각보다 거리가 꽤 멀다. 엄마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신다. 나도 컨디션이 별로라 일자산을 앞두고 집에 가자고 했다. 


지도 어플로 집까지의 거리를 검색해보니,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다. 지하철을 타면 40분이라고 해서 천천히 집에 가자고 했다. 초급부터 너무 힘들다. 그래도 걷다 보면 좀 낫겠지. 100 그램의 살은 빠졌으면 좋겠다. 


240분. 16.04km. 23,581걸음. 처음부터 욕심갖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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