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1코스 완주지만, 실제는 도봉산~당고개. ㅎㅎ
2022년 2월 5일 토요일 참 춥네요. 걷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영하 11도. 체감온도 영하 15도라고 아침부터 아빠가 이렇게 추운 날은 집에 있으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약속한 거고, 귀찮은 마음이 앞섰지만 엄마는 걷는걸 참 좋아하십니다. 3일간 걸으면서 엄마가 고맙다고 말씀하신게 귓가에 맴돕니다.
등산양말에 등산화를 조여매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등산 가방에 물 2통, 귤 6알, 초코 등 주전부리 약간.
어느 코스를 돌까 고민하다가 수락산이 목표입니다. 저나 엄마나 40 70 평생 수락산에 한번도 와본적이 없습니다. 아직 노원 도봉구도 헷갈리고 있네요.
7호선 끝에서 2번째 역인 도봉산 역에 내렸습니다. 등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 많더라구요. 날이 춥다는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미리 검색해 보니 꽃이 참 예쁜 구간이던데 한 겨울이라 풀만 무성합니다.
창포원을 지나 중랑천, 수락산 입구로 들어서는데 눈이 아직 쌓여있습니다. 등산스틱이나 아이젠이 없어서 조금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눈이 쌓인 구간은 별로 없어서 걷기 수월했습니다.
초반에 어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시길래 화랑대역까지 간다고 했더니 별말 없이 따라오시더라구요. 엄마랑 둘이서 부담없이 천천히 걷는데 괜히 신경 쓰여서 먼저 가시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자주 쉬어서 괜히 민망하더라구요. ㅎㅎㅎ
둘레길은 산 정상은 가지 않습니다. 수락산 정상만 바라보고, 그 둘레만 거의 270도를 돌더라구요. 깊은 산이라 그런지 오르락 내리락만 한 10번은 더한거 같아요. 고급 코스라는 설명이 맞네요. 다리가 참 쑤십니다. 두꺼운 패딩을 입어서 땀이 나서 옷을 열어재끼면 금새 추워져서 다시 지퍼를 잠그고, 모자를 쓰면 머리에서 땀이 나고, 모자를 벗으면 춥고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채석장 터가 있어서 그런지 완전 돌산입니다. 인왕재색도를 보듯 돌들이 참 멋있습니다. 바람도 엄청 쌩쌩 불어서 귤을 까먹는데 입도 손도 차가워서 얼음을 먹는 느낌이더라구요. 중간중간에 등산객들이 뜨끈한 커피를 마시고, 컵라면을 먹던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 집에 와서 떡만두라면을 먹었습니다. 열심히 운동한 자 많이 먹으라. 음하핫
서울 둘레길이라는 말에 맞게 노원구와 의정부 시의 경계인 덕릉고개를 걸으면서 엄마가 나중에 본인이 죽고 나면 제가 엄마가 걸었던 곳들이 기억날꺼라고 하시더라구요. 시골길을 함께 걸었던 외할머니나 외가 친척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시면서요.
더 부지런히 엄마와 함께 걷고 싶습니다. 서울 둘레길이 생각보다 진도가 많이 나가는거 같아서 올해 이거 다 걷고 블랙야크 100대 명산 걷자고 함께 약속했습니다. 참 뿌듯합니다. ^^
2022년 2월 5일 30,753걸음. 20.91km, 313분, 1,025kcal 수락산은 참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