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로망은 없습니다.
물어보지 마세요. 없으니까요
남자친구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결혼식은 뭐냐고 물었다.
예전에 엄마한테 식 안 올리고 구청에서 혼인신고만 해서 합쳐 살면 안 되냐고 했다가 이미 혼났다. 남자친구에게는 빠른 날짜에 저렴하고, 집 가까운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예식장이 3군데 있는데, 그중 친언니가 한 곳에 예약을 했다. 물론 집에서 10분 거리, 가성비가 좋고 밥이 맛있는 유명한 장소다.
상담하시는 분이 신부님의 로망이 어쩌고 하면서 스드메 이야기해, 가까운 곳에서 하고 싶다고 했더니 흠칫하다 말을 이어가셨다. 스드메도 예식장에서 한 번에 하기로 했다.
며칠 전에 만난 회사동료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니 드레스 입어서 부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드레스 취향이냐고 물어, 난 그런 거 없다고 말했더니 그럼 안 된다고 했다. 드레스를 입어보는데도 비용이 발생하니 미리 어떤 드레스를 입을지 많이 보고 상상해서 내게 맞는 옷으로 가장 예쁘게 보여야 한다고 했다.
결혼식 날은 특별한 날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매일이 특별하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날이다.
아 결혼식... 생각만 해도 부끄럽다. 모두가 나를 볼 텐데 주목받기 싫다. 버진로드가 짧은 게 예식장의 단점이라는데, 도리어 그 점이 더 마음에 든다. 아직도 신부의 로망은 없다. 빨리 지나가서 여행이나 떠났으면 좋겠다. 그전에 다이어트, 피부관리가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