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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 Feb 02. 2021

민원 넣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3가지.

관공서에 찾아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

난 태어나서 민원을 한 번도 넣어 본 적이 없건만, 내가 하는 일은 민원 처리다. 참 다양한 사람들의 전화와 방문을 받고, 난 최선을 다해 답한다.(물론 내 업무 범위 안에서)


민원인을 보면 무작정 찾아온다. 본인이 뭐가 필요한지 모르고, 무슨 답을 받고 싶은지 미리 정해 놓고 그냥 쳐들어 온다. (우리 아버지도 관공서에 가서 소리 지르면 다 해결되는지 알고 계신다.)


내가 만약 민원을 낸다면 미리 3가지만 생각하려고 한다.


먼저 담당자를 찾는다. 구청 홈페이지나 1층 안내데스크, 혹은 120(서울)에 전화를 해서 담당자가 누군지 찾아보고 미리 통화하면 일의 절반이 줄어든다. 나도 이렇게 구청에서 많은 일을 하는지 몰랐다. 내 업무도 간신히 알고 있는데, 다른 직원, 부서에서 하는 업무는 전혀 모른다. 신규 때는 왜 모르냐는 민원인의 윽박에 죄송스러웠는데, 이제는 당연히 모른다고 답하고 대표 번호나 비슷한 곳으로 전화를 돌려준다.


신규 때는 참 친절했다.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해 주고 싶었고, 뺑뺑이 도는 민원인이 안타까웠는데, 친절을 욕으로 되갚고 그러다 보니깐, 친절해 지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로, 민원 회신의 방법을 정한다. 전화로 민원을 내면, 전화로 답변을 받고, 종이로 내면 종이로 받는다. 요즘은 문자로 보내고 문자로 받는다. 그리고 외부로 나가는 건 기본적으로 전부다 담당과 팀장, 과장의 결재를 받고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담당의 의견이 아니라 구청의 의견이다. 답을 가지고 있어도 민원 회신은 관련 법을 검토하고 주는 답변이다. 판례에서도 민원 회신은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 행정가로서의 아마추어적인 답변이다. 기본적으로 공무원은 뺑뺑이다. 민원대에도, 인허가 담당, 법제 담당 등 돌아가면서 근무하기 때문에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다. 현재에 충실한 사람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사람한테 부탁하라. 요즘은 민선이라 구청장이 최고다. 구청장 지시사항은 매달, 매주 쪼임을 받으면서 해결을 못하면 무능력자로 찍힌다. 아는 공무원이나 구의원한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른 민원 해소 방법이다. 우리도 안면 행정이라 아는 사람이 부탁해 오면 더 빨리 정확한 답을 주려고 노력한다. 막상 쓰고 나니깐 이건 별로인가 생각이 들긴 하는데, 민선이라 구민이 왕이다. 공무원은 공노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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