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부디 발이 작길 바랍니다. 아니면 해외 여행을 실컷 다니길!
어릴때부터 저는 큰 아이었습니다. 키도 크고, 몸도 커서 줄을 서면 뒤에 서는 것이 너무 당연했지요. 물론 발도 컸습니다. 260mm로 아빠와 같은 신발을 신었습니다. 몸도 크니 발도 클 뿐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구두를 사러 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 가족들과 함께 갔습니다. 이제 교복 치마를 입고 또각또각 소리나는 구두를 신을 생각에 맘이 설렜습니다. 그러나 저를 맞이하는 것은 "남성화 매장으로 가라"는 통보였습니다. 여성화는 230mm부터 250까지만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250mm 신발에 제 발을 우겨 넣었지만 발만 불편하고, 도저히 등하교를 하며 다닐 수 없는 정도였지요. 그 자리에서 저는 울어버렸습니다. 결국 명동 길거리 신발가게에서 맞는 신발을 사서 집에 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수제화를 주문해 신거나 맞는 구두를 발견하면 바로 사서 주구장창 그것만 신고 있습니다. 지금도 백화점이나 신발 브랜드에 제게 맞는 신발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발이 커서 그런지 모양새가 예쁘지 않습니다.
그러다 일본 여행을 가 신발가게에 갔습니다. 일행이 예쁜 구두를 신으며 사는 모습에 작은 목소리로 260mm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왠걸 체구가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치수의 신발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신나게 신발을 신어보고 구매했습니다. 이후 미국이나 유럽을 가도 제 치수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갈때마다 맘에 드는 디자인의 신발을 왕창 사서 내내 신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동통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는 야리야리 날씬한 아이가 태어나길 바랬는데 유전자의 힘은 위대한 것입니다. 태어날때는 3.3kg의 작은 아이였는데 분유 뿐만 아니라 이유식도 잘 먹더니만 지금은 키는 상위 5%, 몸무게는 상위 1%의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큰언니에게 조카들이 입던 옷과 신발을 많이 물려 받았는데, 그 아이가 4살때 입던 옷을 돌도 지나지 않은 우리 아기가 입고 있습니다. 신발도 물론입니다. 발 사이즈는 12cm인데 14cm를 신겨도 발등에 살이 쪄서 안들어갑니다. 씁쓸합니다. 부디 우리 아기의 발이 250mm에서 성장이 멈춰 우리나라 어디서든 신발을 자유롭게 신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