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
저자 빅터 프랭클(1905-1997)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유대인으로 수용소 네 곳을 전전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바탕하여 ‘로고테라피(의미치료기법)’를 창시하였으며 20세기 정신의학의 대학자, 사상가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 가운데..
한 인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의미 있음을 믿으며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아남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삶의 의미와 목적이 있다면.. 인간은 삶의 어떠한 시련이라도 견뎌낼 수 있는가.
책 1부에서, 강제수용소의 평범한 수감자였던 저자의 체험은 상상했던 대로 끔찍하기 그지없다. 우스꽝스럽게 헐벗은 자신의 생명 하나 이외에는 잃을 것조차 없는 인간 이하의 삶..
가스실로 직행하지 않았음에 안도함도 잠시, 그는 동상으로 얼어터져 신발이 들어가지도 않는 발로 얼어붙은 땅을 파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멀건 수프와 빵 하나로 하루 종일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야 했다. 좁은 방에 수감자들이 포개져 쓰러져 잠들고, 다음날 새벽 점호에 똑같이 끔찍한 나날이 반복되는.. 그마저도 병들어 노동력을 잃는 순간 기다리는 것은 죽음인 나날이다.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과연 끝날지를 알수 없음이 더욱 가슴을 옥죈다.
그러나 그는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자유, 즉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내면의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 혹독한 환경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며 성자처럼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스실로 들어가면서도 의연하게 주기도문을 외며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수용소에서 어두운 밤 지쳐가는 동료 유대인들을 위로하며, 이 고통이 의미가 있음을 설명하고 위로하는 장면은 비현실적이도록 감동적이다.
삶의 무한한 의미에는 고통과 임종, 궁핍과 죽음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누군가 -친구나 아내, 산 사람, 혹은 죽은 사람, 혹은 하느님- 각각 다른 시간에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가 의연하고 비굴하지 않게 시련을 이겨내기를 바란다..
끝까지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희생에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올리며 그 시련을 이겨냈으며, 이 고통의 경험으로 나중에 사람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고 믿었다. 가장 비참한 상황-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삶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1946년에 이 책을 썼다.
그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삶이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인간은 질문을 받는 자로서 자기 삶에 ‘책임을 짊으로서’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잠재된 삶의 의미를 실현해 내야 한다고. 삶의 의미는 자기 안에서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찾아지는 것이라고. 자기 자신을 잊고 봉사하거나,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거나, 어떤 성취해야 할 의미로 주의를 돌릴 때, 그는 더 인간다워지며, 자신을 더 잘 실현시킬 수 있게 된다고.
인생이란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것이라고.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삶은 의미를 갖는 일을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고.
만약 시련이 닥쳐온다면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가는 과정은 그 삶이 보다 깊은 의미를 가지게 하며, 용감하고, 품위있고, 헌신적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겪는 시련의 궁극적인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인간이 결코 깨달을 수 없음을-무능함을-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지각을 넘어선 또다른 차원에서야 이해되는 '초의미'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실존철학자들이 말하는 '삶은 무의미한 것이므로 단지 참고 견디어야 한다'는 가르침과는 전혀 다르다.
책의 2,3부는 1964년 추가된 것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환자들이 그것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는 ‘로고테라피’를 설명한다.
어려운 시련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랭클 박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가슴이 찡하다.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시형 옮김, 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