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 너무 어려우면 낙심하게 된다. 너무 쉬우면 얻는 게 없는 비효율적인 학습이 된다. 공부할 때 난이도 조절이 중요하다는 걸 20살의 율곡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용공불완불급(用攻不緩不急)
공부에 힘쓰되 느리게도 급하게도 하지 말라. - 자경문
공부를 힘써서 해야 한다. 그런데 유의할 점이 있다. (1) 느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2) 급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공부를 느긋하게 하지 말아야 하며, 그렇다고 지나치게 공부를 조급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이 시사하는 바와 그 이치가 같다. (1) 자신의 실력에 비하여 지나치게 낮은 과제의 공부를 수행하면 느긋해진다. 느긋한 공부를 하면 몰입하여 효율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그렇다고 (2) 자신의 실력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은 과제의 공부를 수행하면 불안(조급함)을 느끼게 된다. 불안한 공부를 하면 몰입하여 효율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자신의 실력도 높고 수행하는 공부 과제도 그에 비례하여 적절히 높을 때, 우리는 거기에 몰입할 수 있다. 몰입하는 공부는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
'용공불완불급'은 공부할 때 자신의 실력에 비례하여 적절한 공부 과제를 선택하라는 뜻으로 적용된다. 그렇게 하면 몰입하는 공부,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살에 자경문을 쓴 율곡은 그 어린 나이에 몰입의 원리를 체득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도 '용공불완불급'하기 위해 공부 난이도를 적절하게 택할 것인가? 지나치게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다면, 더 쉽게 쉽게 수박 겉핡기 식으로 책을 읽으면 된다. 지나치게 쉬운 공부를 하고 있다면, 공부하는 내용을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며 철저히 분석하며 연구하려고 하면 된다. 선택적으로 자신의 공부 난이도를 조절하는 법을 체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