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름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려면?
화간반개 주음미취 (채근담)
다음 세대에 좋은 이름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간반개 주음미취 (花看半開 酒飮微取)
꽃은 절반쯤 핀 것을 보고, 술은 조금만 취했을 때 그만 마시라. - 채근담
이 말에는 과하면 좋지 않다는 교훈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 삶의 피크 지점과 엔드 지점에 신경써야 한다는 교훈으로 적용해도 좋을까?
활짝 핀 꽃이 아니라 '절반쯤 핀 꽃을 보라'는 건 진정 아름다운 꽃의 절정이 언제인지를 말한다. 개화의 피크 지점에 대한 조언이다. 완전히 술 취했을 때가 아니라 '조금만 취했을 때 그만 마시라'는 건 깔끔한 음주의 마무리가 언제여야 하는지를 말한다. 음주의 엔드 지점에 대한 조언이다.
최신 심리학 이론 중 피크엔드(peak-end) 법칙이 있다. 피크엔드 법칙이란, 과거 사건에 대해 평가할 때 가장 절정을 이루는 때(피크 지점)와 가장 마지막의 경험(엔드 지점)을 평균하여 그 일의 가치를 판단한다는 법칙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건의 피크 지점과 엔드 지점이 가치 있으면 그 사건을 가치 있게 기억한다.
'화간반개 주음미취'가 피크엔드 법칙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면 설득력이 꽤 있지 않을까? 소설로 따지면 발단, 전개, 위기, 절정(피크), 결말(엔드) 증 절정과 결말 부분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이후에 좋은 이름으로 기억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의 출생(발단)과 성장 배경(전개)이 미약하고 별 볼 일 없어도 괜찮다. 그 사람이 살면서 어떤 시련(위기)을 겪든지도 문제없다. 그 사람이 인생의 고단한 발단과 전개와 위기를 지나치고 난 후에 어떠한 성취(절정)를 이루는지가 특별한 법이다. 반쯤 핀 꽃처럼 겸허히 아름다운 전성기를 맞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절정을 지나서 그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가 또 특별하다. 반쯤 취한 것과 같이 딱 적당한 때에 중도 하차해야 하는 걸까?
아름다운 꽃과 같은 피크와 알딸딸한 술 취함과 같은 엔드를 향해 전개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