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왜 참을성을 나타내야 할까?
이비대시 이시흥사 (관자)
불공정이나 억울한 일을 겪을 수 있다. 그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참을성을 보이는 게 왜 중요할까?
이비대시, 이시흥사(以備待時 以時興事)
준비하고 때를 기다리면, 때가 왔을 때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 - 관자
때가 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내가 원하는 일을 이루려 하지 말아야 한다. 참을성 있게 적절한 시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때가 되면 터트려야 한다!
모소 대나무는 씨앗에서 싹이 트고 나서도 4년간 고작 3cm 밖에 자라지 않는다. 농부는 오랫동안 자라지 않는 이 대나무를 보면서 참을성을 잃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대나무는 5년째 되는 해에 하루에 무려 30cm가 넘게 자란다. 때가 되면 급격히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사실 이 대나무는 싹트고 난 후의 4년 동안 땅 속에 수백 제곱미터의 뿌리를 내린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다. 때가 올 때까지 조용히 준비를 갖추는 거다. 그러다가 5년째 되는 해에 때가 되면, 일을 성사시킨다. 대나무는 4년 동안 '이비대시'하다가, 5년째 되는 해에 '이시흥사'한다.
윤리학자 싱어는 시민이 국가나 사회에 반기를 드는 것 같은 불복종 행동을 할 때, 그 불복종의 성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성사시키려는 일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 일이 성사될 수 없는 때라면 그 불복종을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가 왔을 때만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행동하라는 게 싱어의 생각인 셈이다.
집단에 속해 있다 보면 바로잡아야 할 조직의 문제점이 보이곤 한다. 또는 우리가 겪게 되는 불공정이나 억울함이 생기곤 한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라면 곧바로 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무리를 범해 실패한다. 그런데 대나무와 같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적절한 때가 되지 않았는데 굳이 급진적인 행동을 하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바로잡아야 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적절한 때가 오기를 기다려야겠지? 비유적 5년째 되는 해에 상태를 개선시킬 기회가 올 것임을 인식하자. 그때까지의 4년 동안 내 일에 충실히 전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