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 숲 속은 이미 깨어 있었다. 고요한 새벽 공기 속에 제일 먼저 들려오는 건 새들의 소리였다. 나뭇가지 위에서, 숲길 저편에서, 어딘가 숨은 자리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로 하루를 열고 있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도 그 소리만큼은 선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새들마다 소리가 다르다. 그 차이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분명하게 다름을 느낀다. 그중 하나, 유독 특이한 소리가 있었다. "꿩인가?" 싶은 소리. 낮고 길게 울리는 그 소리는 다른 어떤 새와도 확연히 달라,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익숙한 참새 소리도 들린다. 빠르게 반복되는 잔잔한 울음. 그 외에도 낯선 새소리들이 섞여 흘러오는데, 어떤 새인지 알지 못해도 그 존재는 또렷하다. 이름을 몰라도 괜찮았다. 그저 다양한 생명이 함께 깨어나는 소리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가장 먼저 하루를 여는 것도, 가장 늦게까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이 새들일 것이다. 아직 누구도 깨어나지 않은 시간, 이른 새벽의 고요를 깨우는 건 사람도, 기계도 아닌 이 작고 가벼운 생명체들이다. 그들의 규칙과 시간 속에서, 나는 잠시 길을 걷고 있는 이방인이었다. 새들의 세계는 분명히 인간의 것과는 다른 리듬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묘하게 그들의 생동감 속에 나도 함께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주인공이 된 새벽. 나는 그 숲길을 따라 조용히 걷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고요한 길. 그런데 그 적막함은 새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온통 새소리뿐이었다. 마치 어떤 축제가 벌어진 듯, 하나둘 모여드는 소리들이 공기를 흔들었다. 나는 그 사이를 지나며 잠시 그들의 세계를 엿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자연 속에서 나는 언제나 손님이다. 익숙한 길이라 해도, 그 순간만큼은 내 존재가 낯설다. 새들은 나를 경계하지도, 환영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 할 일을 할 뿐. 그 덕분에 나는 오히려 편안해졌다. 말을 걸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저 듣고 느끼기만 하면 되는 시간.
이른 새벽, 숲 속의 새들 속에서 나는 잠시 그들의 세상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나의 하루로 돌아올 준비를 했다. 그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이 짧은 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