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바라보는 휴먼
산 둘레길은 개모차도 오를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닦여 있다.
걷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나는 개모차를 타고 느릿느릿 풍경을 감상하는 게 더 좋다.
내가 바라보는 길이 곧, 나의 길이 되는 그 느낌이 참 좋다.
사실, 보기와는 다르게 내가 체중이 좀 나가는 편이라 오래 걷는 건 살짝 무리다.
그래서 종종 휴먼에게 생떼도 부린다.
그러면 결국, 나를 태우고 조금 더 돌아가게 된다.
"열심히 밀어라, 휴먼!"
"속도를 올려라!"
숲 속은 향기로 가득하다.
아카시아 꽃 향기, 소나무에서 날리는 송진 가루.
그 덕분에 우리 휴먼은 눈물 콧물 재채기로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함께해 줬다.
나라고 모를까.
그 마음, 다 알고 있다.
정상에 올라서니 정자도 있고, 운동기구들도 완공되어 있었다.
갑자기 휴먼이 나를 개모차에서 내려놓더니 외쳤다.
"나 잡아봐라~!"
… 나 참.
내가 그런 걸 할 기분은 아니었는데.
모태 솔로라 잡는 놀이도 해본 적 없고.
물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그래도 같이 뛰어줬다.
개모차 끌고 오느라 고생한 것도 사실이니까.
그렇게 한참을 뛰다가, 휴먼이 커피가 생각났는지 나를 가게 밖에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매번 아쉽다.
안내견은 괜찮다는데, 나는 안 된단다.
그래서 늘 문밖에서 기다린다.
커피 한 잔 들고 나온 휴먼과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집에 돌아가니 둘 다 지쳐 있었다.
아마 "나 잡아봐라~!"를 너무 열심히 한 탓이겠지.
사실 휴먼들은 좀 이상하다.
도대체 뭘 그렇게 자꾸 잡고 싶어 하는 걸까.
그래도 나는 안다.
이 모든 시간이, 나와 휴먼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산책 갈까?" 그 한마디에 온몸이 먼저 반응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나는 우리 집에서 제일 말귀 잘 알아듣는 존재다.
휴먼의 마음, 기분, 작은 신호 하나까지도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고마워.
함께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