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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Apr 14. 2020

미국 공휴일은 한국보다 많을까?

#05. Easter

Easter (부활절)

    - 춘분 당일 또는 그 이후 돌아오는 일요일. 


그와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느닷없이 사탕, 초콜릿, 젤리가 가득 든 바구니를 받았다. '내가 이런거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참.' 생각하며 이게 뭐냐 했더니 Easter basket인데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냐며 펄쩍 뛰며 놀라던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사실 난 부활절이라고 하면 어릴적 친구 따라간 교회에서 예쁘게 색칠한 삶은 달걀을 받아 먹으며 달란트로 학용품을 샀던 기억뿐이라 정확히 어떤 날인지, 뭘 하는건지 잘 몰랐다. 이런 나에게 그는 'Easter는 예수가 부활한 날인데, 미국에서는 보통 토끼가 그려져 있는 사탕이나 토끼모양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하고, 파티를 열거나 가족들끼리 Easter dinner를 먹기도 해.'라고 설명하며 '한국엔 그런 게 없어? 아참, 너는 종교가 뭐야?'라고 물었다.


글쎄, 내 종교라... 사실 나는 뚜렷한 종교가 없는 사람이었다. 부모님께서 절에 다니시니 나도 불교라 해야하나. 기껏해야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서 비빔밥 한 그릇 먹고오는게 다인데 무교라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이 사실을 그냥 그대로 전달했다. 그랬더니, 본인도 똑같은 버전의 기독교인이라며 어머니가 교회에 다니시긴 하지만 본인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며 우리같은 사람은 반(half) 종교인이라 해야겠다며 웃었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종교 얘기에도 공통점을 찾아내며 웃는 모습을 보고 우리 꽤 잘 만날 수도 있겠는데? 생각했다.


그 대화를 나눈 후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때마다, 부활절 에디션 간식거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분명 이 전에도 똑같은 진열이었을텐데,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한것이다. 토끼모양을 한 초콜릿, 색색의 포장지로 쌓여진 계란모양 초콜릿, 부활절 에디션의 젤리, 사탕들까지. 귀여운 모양과 형형색색의 화려함에 정말 구경할 맛 났었다. 그리고 이런 귀여움 극치의 진열대 앞에 서서 어떤걸 살지, 고민하며 바구니에 초콜릿이며 사탕이며 담았을 그를 떠올리니 마음이 몽글몽글 했다.


Easter basket | 최애 초콜릿 LINDOR




* Easter 이후 미국 공휴일에 대해 좀 알아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었다. 미국의 공휴일이 한국보다 적다는 것. 다 합하면 10일이었는데, 그 마저도 Major holiday, Minor holiday로 나눠서 마이너인 날은 모든 회사가 쉬는 게 아니었다. 한국처럼 설/추석 연휴 3일, 운 좋게 주말까지 이어진다면 5일을 쉴 수 있는 그런 호사는 더이상 누릴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할 때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마다 Minor holiday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Major, Minor 할 것 없이 모든 날을 다 쉬는 회사도 있으니 참고.


1월 - 새해(New Year's day), 마틴루터킹의 날(Martin Luther King Jr. Day)

2월 -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

5월 - 현충일(Memorial Day)

7월 -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

9월 - 노동절(Labor Day)

10월 - 콜럼버스 데이(Columbus Day)

11월 -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12월 - 크리스마스(Christmas)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공휴일.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마틴루터킹의 날, 대통령의 날, 노동절, 콜럼버스 데이'가 Minor holiday로 지정되어 이 중 이틀은 출근해야 하는 제도였다. 그래서 따지고보면 1년에 공휴일로 쉴 수 있는 날이라곤 8일 뿐이었는데, 그 대신 휴가 사용에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아도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5일 쭉 연달아 쉬는 것도 가능했고, 연차에 무급휴가까지 더해 거의 한 달 가까이 쉬는 선임도 있었으니...


* He said, 연차(paid day off)도 있고 병가(sick day)도 있어서 실제로 1년 중 쉬는 날을 계산해보면 20일 안팍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에 따라 무급휴가(unpaid day off)가 10일 넘게 있는 곳도 있다고 하니 복지가 좋은 회사에 간다면 한국보다 더 많이 쉴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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