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아 Aug 02. 2024

왜 이런 글을 쓰세요?

고구마라테보다 따듯한 말을 위해서요.

가끔 볼일이 생겨 합정역에 들를 일이 생기면 나는 종종 그녀를 찾아간다. 일 년에 한두 번쯤, 문득 살다가 우연에 기대 내 안부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평소 아무런 접점이 없지만 오늘은 회사 회식이 있어 우연찮게 합정역에 들러 그녀가 일하는 사무실에 선물을 사들고 찾아갔다. 다행히 그녀는 휴가 중이 아니었고 우리는 잠깐의 여유를 내서 카페에서 도란도란 근황을 나눴다. 그녀는 어엿한 한 사람 몫을 해내는 씩씩한 성인 아들을 둔 50대이고, 나는 겨우 의사를 표현하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30대 워킹맘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늘 그랬듯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터울 없이 편하게 수다를 떨었다. 


나의 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물으면서 일과 육아의 균형 그 어느 때쯤의 고충을 나누고 있을 때, 문득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따듯한 눈으로 이야기했다. 너라면 잘 해낼 줄 알았다고. 좋은 엄마가 될 줄 알았다고. 그 말들은 우리가 함께 마신 고구마라테보다 따듯했다.


그녀는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부터 결혼 출산 육아 그리고 워킹맘이 되기까지의 내 성장의 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는데, 내가 미혼일 때 결혼과 아이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을 언급해 주었다. 그때의 나는 결혼이 두렵고, 아이를 낳는 것 또한 무섭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좋은 가정의 일원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자신 없어했던 내 모습에서 그녀는 역으로 내가 좋은 엄마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두려운 감정은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반대로는 그것을 가장 갈망하고, 원한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의 두려움이 반대로 좋은 가정을 만들고 싶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욕구의 반증이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녀는 나에게 너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네가 겪은 상처들을 너의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내면의 상처나 부정적인 감정을 인생의 오점처럼 여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오점들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끔, 혹은 더 나은 인생을 살도록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은 동화책에 나오는 환상이라며 회의적이고 모난 마음을 가졌던 소녀는 서점에서 내 아이가 좋아할 얼굴을 상상하며 한 권 한 권 함께 읽을 동화책을 고르는 엄마가 되었다. 그녀와 오늘 나눈 대화를 복기하면서, 문득 이제는 두려운 것들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어떤 어려움도 잘 헤쳐나갈 테니까. 나답게. 그리고 내가 그랬듯 누군가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오늘 건네들은 따듯한 말이, 또 누군가의 가슴에 따듯함으로 와닿기를.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이전 01화 오늘 엄마를 이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