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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아 Oct 11. 2024

어떻게 죽고 싶으세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우선 이 글을 읽기 전에, 나는 어떤 정신적인 혹은 신체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아니다. 그저 어떻게 '잘' 죽어야 할지 고민하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며 바쁜 직장인이며 평범한 소시민이다. 


다들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만 어떻게 죽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은 누구도 쉽게 내뱉지도, 쉽게 답변하지도 못한다. 왜일까? 그냥 궁금하다. 다들 꿈이 뭔지, 장래희망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잘 얘기하면서 죽음은 얘기하지 않는다.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세상에 살며 죽음을 금기시하듯 멀리 한 켠으로 밀어놓고 살고 있다.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시간을 쪼개서 하루하루를 산다. 몸이 두 개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누구보다 하루를 꽉꽉 채워 살며 머릿속에 나의 죽음을 염두에 둔다. 뉴스에 교통사고로, 불의의 화재로,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소식들을 들으며 나의 죽음을 상상한다. 그리고 밥을 더 열심히 꼭 꼭 씹어 먹는다. 남편과 아이에게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 나는 이 현실에 살아있노라고, 내가 하는 말을 누구나 들을 수 있고 누구나 나를 볼 수 있다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표현하듯 살아간다.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교통사고로, 불의의 화재로,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으로 언제든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몇 날 몇 시에 죽어도 절대 후회가 없게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죽음은 떠올리면 우울하고 피하고 싶고 슬픈 영원한 이별이지만, 역설적으로 나를 더 간절하게 살게 한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게 만든다. 후회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오늘 하루를 위해 현재를 더 집중해서 살도록 한다. 내게 죽음은 나를 되돌아보게, 혹은 나를 미래로 나아가게끔 만든다.


나는 후회 없이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쓰는 글이다. 그래서 그냥 묻는다. 

다들 어떻게 죽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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