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살아 있는 장례식은 어때요?
마지막 인사는 직접 하기로 해요.
몇 년 전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타고 어떤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았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가 죽기 전 장례식을 열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들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특별한 장례식이었다. 내 머릿속에 신선한 충격으로 남았다.
엄마와 할아버지,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의 죽음을 접하고 장례식을 여러 차례 다녀오며 내가 실제로 겪었던 고요하고 슬픈, 검정 상복과 하얀 국화로 얼룩진 장례식장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나도 저렇게 죽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기 전에 인사는 나누어야 하니까 사고사가 아니라 질병으로 죽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다양하게 차리고 내가 좋아하는 뉴에이지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로 구상해야지.
청첩장을 보내듯 마지막 초대장을 정성스럽게 작성할 것이다. 얼굴을 보면 반가운 이도 있을 것이고 죽기 전 용서를 구하거나 못다 한 말을 하기 위해 부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오지 못한다면 그런대로 그와 나의 인연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갈무리할 수 있으리라.
한 명씩 차례대로 악수를 하고, 혹은 포옹을 하고, 덕담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것이다. 짧은 생에 너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며 그동안 정말 고마웠노라고. 덕분에 나는 많이 배웠고 성장했으며 따듯한 삶을 살다 간다고. 다음 생이 있다면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고 덤덤하고 어른스럽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다.
훌훌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건네주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마지막 선물을 건네고, 혹은 한 잔의 커피보다 더 따듯한 말을 곁들이면서 모두와 함께 인사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소중한 가족. 내 남편과 아이에게 이 자리를 빌려 함께 한 모든 삶의 순간이 감사했고 행복했었노라고 고백할 것이다. 부족한 나와 함께 해주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 남편으로, 내 자식으로 태어나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우리는 곧 이별하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그러니 너무 슬퍼 말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자고 이야기할 것이다. 죽고 난 뒤의 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점점 희미하게 잊히겠지만 나를 떠올렸을 때 훗날 누군가의 마음 한편이 따스해지길. 그런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인이 살아 있는,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어서 아쉬움도 슬픔도 없을 그런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 마지막 한 번뿐인 내 인생의 장례식을 나는 가장 떠들썩하고 유쾌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가장 나답게 모두와 인사할 것이다.
작별은 슬프지만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살면서 누구나 여러 번의 관계의 이별을 겪는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나는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다.
그래서, 제 장례식에 오실 생각이 있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