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와이프의 알뜰살뜰 살림살이 운영하기
살림살이. '살다'라는 단어와 '사는 일'이 합쳐진 단어로 말 그대로 집 안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과 그 생활을 아우르는 단어다. 사실 지금 나에게는 내 삶 그 자체를 의미해서, 이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려가느냐에 따라 우리 가족의 미래가 직결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0여 년의 생을 사는 동안 N개의 직업을 겪어본 경험으로, 가정주부는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꾸려가기에 가장 다양한 직무능력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때 되면 생필품과 식자재의 재고를 확인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취향과 특징을 고려해 제품력이 만족스럽거나 맛이 좋으면서 가격이 적당한 제품을 물색하고 구매해야 하며, 다음 날은 다음 주에는 뭘 해먹을지, 뭘 할지 미래를 구상해야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해야 하고, 여러 분야의 청소법과 다양한 요리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을 스스로 매일매일 죽기 직전까지 꾸준히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깨끗하게 가꾸고 관리해도 특별하게 티 나지 않지만, 손대지 않으면 흠결이 쉽게 눈에 띄고, 삶이 불편해지는 그것, 바로 살림살이.
나는 9살부터 엄마를 도와주려고 살림살이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성인이 되어 혼자 독립해 자취하던 시절을 지나 내 가정을 꾸리고 나자 어느덧 내 살림살이 지론이 생겼다.
특히 일을 하면서 육아와 가사를 틈틈이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대비 효율성과 경제성까지 따져가며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결과 나만의 살림살이 가치관이 굳어지게 되었는데 지금은 꽤 만족스럽다. 오늘은 나처럼 하루가 눈썹 휘날리게 바쁜 워킹맘들을 위해, 사소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살림살이 지론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정리의 생활화를 통해 시간을 절약하다.
나는 정리정돈을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정돈된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우리 집에서 어떤 물건이 갑자기 필요해질 경우, 그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5분 이내로 그 물건을 꺼낼 수 있다. 정리정돈은 단순히 집안이 정리된 상태를 떠나,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하는 나에게는 꼭 필수의 덕목과도 같다.
특히 나는 대부분의 옷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옷걸이에 걸어서 정리하는 편인데, 옷이 한눈에 보일 경우 충동구매를 억제할 수 있다. 또한 비슷한 디자인이나 똑같은 옷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어 절약에도 좋다. 비단옷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필품의 재고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둔다면 없는 줄 알고 구매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
시간이 없고 바쁠 경우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으면 더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고 준비할 수 있다. 아이의 속옷이나 양말, 잠옷은 모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꺼낼 수 있는 서랍에 비치하고 아이가 스스로 꺼내 입을 수 있도록 한다.
아이의 머리핀이나 가방, 모자 같은 소품도 모두 마찬가지로 투명하거나 아이가 쉽게 열고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정리해 두었다. 신발장의 신발도 모두 아이의 키에서 꺼낼 수 있는 위치에만 넣어둔다. 직접 꺼내 신고 준비할 수 있게끔 모든 걸 정리해 두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이 등원과 내 출근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자더라도, 아이 스스로를 챙기게 하고 나는 나 스스로를 먼저 챙길 수 있다. 아이를 닦달하며 짜증 내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 동안 나는 내 할 일을 하며 아이를 기다린다.
처음부터 나도 정리를 잘했던 건 아니다. 유튜브에 정리정돈이나 미니멀라이프를 하는 사람들의 글이나 영상을 보고 하나둘씩 따라 하면서 소소한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
실제로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자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싶어 가족 구성원들의 동선과 생활습관을 고려해 가구나 물건들을 비치하게 되었고, 나만의 정리법도 생겼다.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나 네이버에 검색만 하면 돈 주고 배워야 할 정리정돈 살림살이 팁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정리정돈의 시작은 비움이다.
정리정돈이 어렵다면, 비움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정말 내 삶에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비움으로써 정리정돈은 시작된다. 나는 수시로 비우는 편인데, 비울 경우에는 대부분 버리지 않고 다시 쓰일 수 있는 곳에 기부를 통해 정리한다.
대표적인 기부 가능한 곳은 "아름다운 가게"와 "굿윌스토어"인데 나는 주로 굿윌스토어에 기부한다. 굿윌스토어는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비영리단체로, 기증을 통해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장기적인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증한 물품은 굿윌스토어 매장에서 판매되고, 수익금은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 또한 이 기부한 물건들의 금액을 책정해서 기부금으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연말정산에도 도움 돼서 나는 매년 굿윌스토어에 기증하고 있다.
기증 방법도 쉽다. 정리정돈을 하면서 비울 물건들을 모아두고, 물건의 가짓수와 기능가능한 품목인지 헤아린 다음, 인터넷으로 방문 수거 신청을 하면 된다. 대부분의 물건의 경우 깨끗한 상태라면 굿윌스토어를 통해 기부도 하고 소득공제도 하면서 정리할 수 있지만, 그 외 품목은 또 다른 루트를 통해 정리할 수 있다.
낡은 수건이나 헌 이불의 경우, 유기견 보호시설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극세사 이불이나 누빔 패드, 큰 담요 등은 무겁고 부피도 커서 버리기도 애매한데, 보호소에 기부할 경우 유기견들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기부를 받지 않는 시기도 있으니 미리 기부가 가능한지 연락을 통해 확인 후 보내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 "유기견 이불 기부" 혹은 "유기견 수건 기부"를 검색하면 다양한 유기견 보호센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신생아 용품이나 너무 어린아이 옷은 깨끗한 상태의 제품만 솎아 미혼모 센터에 기증도 가능하다. 주사랑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나 에델마을 등 미혼모를 지원하는 시설에 연락해서 기증가능여부를 확인 후 기증할 수 있다. 나는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입주민을 통해 아이의 작아진 옷들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물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하거나 나눔 해서 비웠다면, 이제는 물건을 정리할 차례다. 나는 줍줍 하는 물건들로 우리 집을 정리하고 있다.
살림살이, 줍줍을 통해 행복을 느끼다.
줍줍은 말 그대로 주워온다는 뜻이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글을 써도 되나 모르겠지만 나는 주워오는 걸 좋아한다. 정리정돈을 마음잡고 시작하려고 하면 인터넷으로 깔끔한 디자인의 수납함이며 리빙박스를 구매하겠지만 우리 집 살림살이의 대부분은 무료로 얻은 물건으로 정리했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나가면 멀쩡하고 깨끗한 제품인데도 쉽게 버린 물건들이 많다. 컬러가 맞지 않아서, 크기가 맞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로 쉽게 사고 쉽게 물건을 버리는 세상이다. 아파트 단톡방이나 커뮤니티 카페, 당근마켓에서도 버리기 전에 무료 나눔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걸 십분 활용했다.
우리 집의 정리수납 물건들의 대부분은 분리수거장에서 주워오거나 나눔 받은 물건이다.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처럼 지구온난화도 심각한 요즘, 내 줍줍은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낱개로 굴러다니는 라면과 김이 지저분해서 주섬주섬 주워온 수납함에 꼭 들어맞을 때 행복감을 느끼고, 내 취향을 십분 적용해 새 그릇보다 저렴하게 구매한 빈티지 그릇들을 무료로 나눔 받은 그릇 정리 선반에 정리할 때 행복을 느낀다. 누군가 쓸모없다고 생각해 버린 물건들이 우리 집에 쓸모가 될 때, 나는 뿌듯함을 느낀다.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이사를 오고 나서 베란다에서 식물들을 하나둘씩 키우기 시작했는데, 화분 받침대와 화분도 모두 누군가 버리거나 나눔 한 물건들이다. 남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베란다에 비치한 의자에 앉아 식물들을 살피고 돌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의도치 않게 가져온 물건들이 부조화 속에서 가꿈을 통해 조화를 이룰 때, 남편은 평화로움을 느낀다.
사람이 새 물건을 샀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그리 길지 않다고 한다. 처음에는 새 물건에 대한 설렘과 즐거움이 크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서 그 행복함은 점차 감소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쾌락 적응"이라고 일컫는다. 새 물건은 처음에는 반짝이지만 익숙해지면 그 설렘은 사라진다.
나는 반대로 중고 물건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니 "중복감(중고에서 느끼는 복된 감정)"이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내가 더 돈을 많이 벌게 되어서 우리 집 살림살이가 더 나아진다고 해도 나는 앞으로도 줍줍을 통해 소소한 만족을 찾을 예정이다. 다음 이야기는 알뜰살뜰한 외벌이 며느리의 고부관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