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등바등 생존일기
요즘 나는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등원을 챙기고, 정신없이 회사일을 하며 틈틈이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한다.
회사 업무가 끝난 밤이면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거나 일정표를 확인하며 내가 추후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거나, 밀린 일들을 처리하거나, 남편의 가게 홍보 일을 돕는다.
나는 가장이다. 내 가족, 내 아이의 미래와 행복이 내가 건너가는 징검다리의 다음 발 한 칸에 대롱대롱 달려있다. 백조가 물 위에 우아하게 떠있기 위해 수면 아래로 미친 듯이 발을 구르듯, 나 또한 내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올해 초, 남편은 뷰티샵을 오픈했다. 애초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실패를 경험해 보자는 다짐으로 뛰어든 사업이라, 초기 자본금이 그리 크지 않았다. 남편과 당근마켓으로 소파며 전신거울이며 책상을 틈틈이 사다 나르며 인테리어도 직접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부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남편은 회사를 다니며 주말에만 손님을 받아 샵을 운영을 병행하다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가게에 집중하기로 하고 퇴사를 준비했다. 미대를 나와 디자이너로 일하던 남편은 꼼꼼하고 손 빠르게 시술을 잘한다. 처음엔 숫기 없는 남편을 보고 못 미더워하던 손님들이 마지막 회차에는 커피나 케이크를 사들고 와서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가시기도 했다.
어떻게 홍보할까 매일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소위 말하는 월 천만 원 매출이나 대박은 아직 먼 이야기다.
기획이며 제작, 마케팅 업무를 해본 경험을 살려 별도의 대행사를 쓰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부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정말 정말 어렵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게 체감되는 요즘이다.
뷰티숍이 보통 자리를 잡기까지 일 년이 걸린다고 하니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쉽지 않다. 직접 해보니 자영업은 회사 생활보다 살아남기가 더 힘들다. 모든 게 불안정하다.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사는데도 노력이 부족한가 싶은 순간이 있다. 생활비는 빠듯하고,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많고,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들이 있다.
내 월급 외에 남편의 수입 안정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정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많아서 지출 계획을 짜기도 애매하다.
나는 계획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불안정한 상황은 곧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은 날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룬 걸 무너뜨리지 않고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아등바등 살고 있다. 예전엔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서 내일이 두렵지 않았는데, 이제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겁이 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바라왔던 평범하고 행복한 하루하루. 마음 놓고 어리광 부릴 수 있는 엄마 아빠가 있는 아기와 다정한 남편 그리고 세상에서 우리 가족을 제일 사랑하는 나. 이 행복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어렸을 땐 몰랐다. 내가 누리는 행복의 무게만큼 책임이 함께한다는 것을. 그래도 이 짐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기꺼이 짊어지고 싶다. 내 아이가 세상물정 모르고 철없이 자라면 좋겠다.
따듯하고 맛있는 밥과 깨끗하고 단정한 옷들을 당연히 여기는 삶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 그저 생각 없이 내 손을 잡고 마트에 함께 가서 먹고 싶은 과일을 고르고 과자를 사면 좋겠다. 칭찬스티커를 다 모아서 원하는 장난감을 얘기하고 부끄러워하며 장난감 포장지를 뜯는 아이의 모습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잠 못 들며 고민하는 엄마의 밤을, 내 아이는 영영 모르면 좋겠다.
깊은 밤 잠든 아이 머리칼을 쓰다듬을 때, 잠꼬대로 꺄르륵 웃는 웃음소리 하나면 족하다. 일하는 나 대신, 아빠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갔다가 나 몰래 둘이 인형 뽑기를 열개씩 뽑아와도 좋다.
내 어깨가 무거운 만큼 우리 가족이 편안하고 따듯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에게 무해한, 내게 끊임없이 살아갈 원동력을 주는 우리 가족을 사랑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 두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할 것이다. 이 무거운 짐을, 가볍게 짊어지고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