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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Nov 01. 2020

별 일 없이 좋은 날

TV 속에는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이 많다. 나는 대부분 생얼에 안경을 써 눈이 콩알만 해진 상태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다가 문득 '빛이 나는 저 연예인도 똑같이 밥을 먹고 똥을 싸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때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생각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우리는 모두 일상을 살아간다. 아무리 화려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세 끼를 먹고, 잠을 자고, 화장실을 가는 것은 비슷하다. 화려한 모습은 인생을 통틀어 봤을 때 극히 일부분이다. 물론 그 화려한 삶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행복한 날이 더 많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일상이 행복해야 한다.


그래서 별일 없는 일상이 행복하면 좋겠다. 예전에는 금요일만 되면 불금이라는 말에 신명 나게 놀아야 할 것만 같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남자 친구를 만나야만 불금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20대에는 친구들과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30대가 된 이후로는 친구들 대부분 금요일은 가족 혹은 남자 친구와 보내기 때문에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래서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금요일에 혼자 집에 있는 것이 패배자가 된 듯 우울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일 없는 평범하고 조용한 주말이 좋아졌다.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금요일이 온 것만으로도 좋고,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좋다. 요즘에는 신서유기가 다시 시작해 저녁을 먹고 신서유기를 보면서 맥주와 과자를 먹는 것이 낙이다. 토요일에는 보고 싶었던 멜로 영화를 보고, 혼자 커피숍에 가서 읽고 싶던 책을 보거나 일기를 쓰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별 일 없이 좋은 날이 좋아졌다. 혼자 놀 줄 알게 됐고, 잔잔한 행복을 누릴 줄 알게도 됐다.





삶의 진실은 그 삶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할머니는 당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통해 깨달으셨다.

삶의 질은 기쁨을 맛보는 능력과 비례하고, 기쁨을 맛보는 능력은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말이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중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기쁨을 누릴 줄 아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상에서 보물찾기 하듯이 자신만의 기쁨을 찾아낼 줄 안다면 우리는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맑은 하늘에 예쁜 구름을 보는 일, 비가 온 뒤 무지개를 만나는 행운, 사랑하는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 취향저격인 음악을 찾은 일 등 매일 자신만의 기쁨을 늘려가면 좋겠다.



그림: 별 일 없는 주말 그림 그리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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