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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Jul 20. 2020

나도 망할 권리가 있다

We are we are we artist baby

“누구나 치킨집 열었다가 문 닫을 수 있다. 나도 음반 내고 망할 권리가 있다.”     

 탑골 GD로 유명해져 지금은 존재 자체가 아트라는 말을 듣는 양준일이 한 말이다. 양준일이 가수가 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연예인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라면서 말렸다고 한다. 그에 대한 양준일의 답이었다. 우연히 보게 된 인터뷰를 보고 나의 편견을 깨달았다. 나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디에도 누구나 해도 되는 일과 누구나 하면 안 되는 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진실인 것처럼 믿고 살았던 것이다.     


양준일 자체가 그런 편견을 깬 인물이다. 20대에 빛을 보지 못했던 가수가 50대가 돼서야 빛을 보게 됐다. 아이돌 같은 인기를 얻으면서 말이다. 우리들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사실은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내게 또 그런 편견을 깨준 사람이 있다. 바로 시니어 모델 김칠두다. 10대, 20대에만 시작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패션모델을 64세에 데뷔했다. 나에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꿈에는 늦은 나이가 없다는 뻔한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어쩌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자신만의 편견에 사로잡혀 포기한 일들이 많지 않을까? 나는 그랬다. 예술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었다. 물론 노력을 해서 재능을 키울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리고 돈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걸 잘 알았던 어린 나는 철이 일찍 들은 것인지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피아노가 배우고 싶다고 말을 하지 못했고, 미술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무용선생님께서 내게 무용을 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셨을 때는 바로 못한다고 대답했다. 무용은 돈이 많이 들어서 어차피 못하는 일로 받아들였다. 물론 내 몸이 뻣뻣한 것도 어느 정도 대답에 일조했다.      


 이제라도 내 편견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진짜로 살고 싶던 나의 모습으로 살기로 결정했다. 부러워하던 아티스트들의 삶을 내가 살아보고자 한다. 그 첫 스타트가 바로 글쓰기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썼다.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 고민 상담을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가면 마음이 좀 나아졌다. 일기 쓰기와는 다르게 누군가가 읽을 글을 쓴다는 것은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학창 시절 글로써 상을 타본 적도 없었고, 적성검사도 이과, 국어 실력은 특히 형편없었다. 그래서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쓰는 게 글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편견임을 안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내가 책을 통해 위로를 얻고 삶을 살아갈 지혜를 배웠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삶이 다시 힘들어졌을 때 나 자신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기로 한 순간부터 난 아티스트가 됐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가 별거인가?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 모두가 아티스트다. 지코도 그러지 않았나? 우리 모두가 아티스트라고.


어릴 때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했던 일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시도하면서 살고 있다. 어릴 때 배우고 싶던 방송댄스는 햇수로 5년째 하고 있고, 1일 1 드로잉을 두 달째 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할 권리가 있다. 나의 편견과 누군가의 시선 때문에 포기하는 대신 취미로라도 가볍게 시작한다면 못할 일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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