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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Aug 17. 2020

꿈은 이루어진다 내가 허락한 만큼


2002년 한일월드컵 ‘꿈은 이루어진다’를 외치며 응원하던 나는 19살 고3이었다. 경기마다 길거리 응원을 나갔고, 수업시간에 경기를 할 때는 학교에서 다 같이 경기를 봤다. 고3에게 경기를 보여줄 정도로 대한민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4강이라는 성공신화를 이루면서 어린 마음에 꿈은 정말 이뤄진다고 믿었다. 언젠가는 나도 월드컵 4강의 주역들처럼 내 꿈을 찾고 그 꿈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이 분명한 사람들이 부러웠다. 거기에 그 꿈으로 성공까지 한 사람들을 보면 더 부러웠다. 나는 꿈이 없었다. 사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다 되기 힘든 이유들만 찾으면서 내 꿈이 아니라고 외면했다. 아이돌은 내가 지방에 살아서 안 되고, 작곡가는 예술이니 돈이 많이 들어서 안 될 것 같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것을 핑계 삼았다. 스튜어디스는 수영을 못해서 안 되고, 약사는 공부를 못해서 안 되겠다고 스스로 한계를 지었다. 그리고 꿈이라는 건 한 번 정하면 못 바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갔다. 그것도 베프인 친구 따라 전공을 선택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면서는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이 내 꿈이 됐다. 안정적이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직장 중에 선택했다. 처음에는 대학교에서 일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학생 때의 그 설렘을 새 학기마다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교에서 정규직을 뽑는다고 했을 때 정말 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하지만 필기에서 떨어졌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꿈을 이뤘다. 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계속되는 탈락으로 눈이 점점 낮아졌다. 내키지 않지만 갔던 면접장에서 만난 친구가 자신도 낸다면서 나보고 내보라고 알려준 곳이 대학교 산학협력단이었다. 산학협력단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고, 채용사이트에서도 못 본 공고였다. 접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전에 작성해 놓은 자소서를 복사해서 제출했다.     


내게 알려줬던 그 친구는 서류에서 떨어졌고 나만 붙어 1차 면접을 봤다. 그런데 자소서에 모르고 회사명을 한 군데 안 고치고 제출했다. 면접관은 내게 콕 집어 물었고 나는 그냥 죄송하다고 말했다. 당연히 탈락할 줄 알았는데 1차에 붙었다. 그리고 2차 면접에서도 똑같은 질문이 나왔다. 왜 다른 기관명을 자소서에 썼죠? 난 또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총장님까지 면접관으로 들어오셨기에 당연히 떨어졌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마지막 질문이 나에게 몸은 건강하냐고 물으셨다. 그 당시 취업 스트레스로 살이 많이 빠져서 너무 아파 보였나 보다.    

망했다고 생각했고, 마음을 비웠는데 최종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믿기지가 않았고 신기했다. 우연히 면접에서 만난 친구 덕분에 알게 된 공고에 기관명도 잘 못 기재한 내가 합격하다니.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첫 출근을 하면서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느꼈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은 정규직이 없었고 무기계약직만 있었다.


나는 2년 뒤 평가를 받아 무기계약직이 됐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 꿈은 대학교 정직원이었는데 왜 다 이뤄지지 않았을까? 나 스스로 내 스펙에는 정직원은 무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방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도 높지 않고 논술 실력도 부족하니 정직원 될 실력은 아니라고 스스로 한계를 그은 것이다.     


대학교 산학협력단을 나오고 난 후에는 공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공기업에서 일하게 됐다. 하지만 역시 무기계약직이었다. 그때도 나 스스로 공기업 정규직은 들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스펙도 부족하고 나는 전공시험이나 NCS 실력이 부족하니 정규직은 어렵다고 믿었다. 나름대로 자격증도 많이 취득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나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를 낮추었다. 겸손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자기 비하였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한계를 짓지 말고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불쑥불쑥 현실을 보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가 많다. 그때마다 그런 나를 알아차리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내가 허용한 만큼 가능하다고 믿는 만큼 꿈은 이루어진다. 꿈이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확신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좁은 시야로 삶을 한계짓지 말자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 기대한 것 이상의 꿈을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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