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8) 보건실은 만병통치약?

창문 너머 배운 가리킴, 창문 너머 못 배우는 가르침

by 오 캡틴 마이 캡틴

“선생님 집에서 모기 물렸어요. 보건실 다녀와도 돼요?”

“손끝이 아픈 것 같아요. 치료받고 올게요.”


1교시도 시작 전에 학생 한 명이 찾아왔다.

“선생님 보건실 다녀와도 돼요? 손가락이 아파요.”

학생의 손가락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생채기를 비롯하여 아무런 상처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2교시 때 학생 한 명이 또 찾아왔다.

“선생님 머리가 아픈 것 같아요. 열도 좀 나는 것 같고요.”

체온기를 열을 재보았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다.

수학 시간이라서 수업 참여를 꼭 시키고 싶었는데 학생이 꼭 보건실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꼭 다녀오겠다는 학생과 입씨름하기 싫어서 다녀오라고 했다. 대신 모든 학생들에게 들리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학교 보건실은 병원이 아니야. 모든 병을 치료해 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간다고 모두 낫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3교시 때 학생 한 명이 또 찾아왔다.

“선생님 모기 물려서 손이 너무 가려워요. 보건실 다녀올게요.”

손등을 보니 사건 일시가 오늘은 아니었으며 사건 현장(교실)에도 모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 물렸니?’라고 물었더니 어제 집에서 물렸다고 한다.

이런 작은 일들까지 보건실에 가면 보건실은 폭파되고 만다. 그래서 작은 상처(소독, 연고, 밴드 치료를 할 수 있는 상처, 모기약, 체온기)는 교실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보통은 교실에 구급함을 두고 있다.

모기약 치료를 해주고 나니 약간의 현타가 찾아왔다.

집에서 입은 상처도 학교에서 치료를 해줘야 하고, 가끔은 학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셨다고 치료해 달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곳은 어디인가?’

4교시는 체육 시간이었다. 학생들이 이동하여 수업을 하러 갔기 때문에 이번 시간에는 보건실 가겠다고 나오는 학생이 당연히 없었다. 드디어 보건실 굴레를 벗어나는가 했다.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체육시간은 다쳤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학교에서의 모든 상황에서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게 때문에 미리 걱정은 하지 않았다.


4교시 수업 종이 치기 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급식을 먹을 준비를 하고, 학생들을 데리러 체육관에 갔는데 학급 회장이 부리나케 달려오면서 크게 외쳤다.

“선생님, 이레 체육 수업 중에 슬라이딩하지 말라는 규칙 안 지키고 혼자 슬라이딩하다가 발목 다쳤어요. 지우는 스틱 높게 휘두르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안 듣고 스틱 휘두르다가 친구들 몇 명이 맞아서 다쳤어요. 지효는 울었고요.”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건지. 발목 다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가서 압박 붕대 치료를 받았고, 손이나 발을 다친 학생들은 타박상 치료를 받았으며 살짝 스쳤지만 울었던 학생들까지 보건실에서 휴식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학생들 치료를 지켜보고, 돌보느라 기운이 빠져서 도저히 급식을 먹을 기운이 나질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학생들에게 보건실은 마치 만능 해결사와 같은 존재다. 아픔이든, 고민이든, 힘든 상황이든 보건실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는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은 때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귀엽기도 하다.

초등학생들의 상상 속 보건실은 마법 같은 공간이다. 살짝 아프거나 조금 힘들면 선생님이 달콤한 초콜릿을 주고, 마법의 약으로 모든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 줄 거라 믿는다. 학생들은 보건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위로와 치유의 공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보건실 선생님은 수많은 학생들의 다양한 호소와 아픔 속에서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판단해야 한다. 열이 조금만 있어도 ‘아파요’라며 달려오는 학생들 사이에서 정말 심각한 증상을 가진 학생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들은 보건실을 마치 만병통치약 같은 공간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곳은 응급처치와 일시적인 휴식을 취하는 곳일 뿐이다. 때로는 학생들의 과도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보건실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진짜 아픈 경우도 있지만, 수업을 피하고 싶을 때, 친구들과 대화하고 싶을 때, 또는 그저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보건실을 찾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은 선생님들에게는 늘 고민되는 부분이다.

특히 고학년의 경우 보건실을 심리적 피난처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학업 스트레스, 대인관계의 어려움, 가정의 문제 등으로 힘들어할 때 보건실은 잠시나마 안식처가 된다. 학생들의 이런 마음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기에 선생님들은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읽고 적절한 상담과 위로를 제공하고자 어느 정도는 눈을 감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아픔과 고민을 보건실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진정한 치유는 단순한 물리적 처치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심리적 응원에서 온다는 것을 이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실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곳은 단지 잠시 숨을 고르고, 기본적은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일 뿐이다. 학생들이 이 사실을 점차 이해하게 되면, 보건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감사의 말: 보건실 잘 다녀왔니?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낫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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