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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완화, 수도권 주택 공급 해결 가능할까?

by 현대캐피탈

정부는 8.16대책(원제 :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향후 5년간 270만 호 주택공급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산술적으로는 매년 54만 호를 공급하는 것이죠. 이 중 서울에 50만 호, 수도권 전체로는 158만 호, 수요가 많은 지방 대도시에 52만 호의 물량을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로 도심에 공급한다는 건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입니다. 산이나 논, 밭을 정비한 후 도시를 만드는 신도시보다는 수요가 밀집되어 있는 도심 개발 위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죠. 향후 재건축 시장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요?




1. 재건축에 대한 각종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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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했던 이유는 전 정부에서 투기수요 억제 목적으로 재건축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3가지로 안전진단 강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말합니다.


1. 안전진단 강화

안전진단은 낡은 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입니다.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비로소 재건축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현행법은 건축한 지 30년이 경과하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이 성립하는데 무조건 30년이 되었다고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에 대한 진단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재건축 판정을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2. 분양가상한제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격에 상한을 지정하여 일정 가격 이상의 분양가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제도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이익이 줄어들게 되니 공급을 미루거나 줄어든 이익만큼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쁜 품질의 자재를 사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죠. 반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의 주된 이유였던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내리는 역할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저렴하게 분양하는 가격에 당첨된 수분양자들의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에 맞춰 가격이 상승하여 크게 이익을 보는 이른바 '로또분양'이 양산된 것이죠.


3.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표1.png ©이승훈부동산연구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이 완료되었을 때의 가격에서 공사비 등의 비용과 재건축을 하지 않았더라도 원래 상승했을 정도의 정상 가격 상승분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초과 이익)에 대해 일정 금액을 환수하는 제도입니다. 현행법은 3,000만 원 이상의 초과 이익에 대해 최대 50%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2. 완화될 정책이 시행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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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설명해 드린 재건축 공급을 막고 있는 3개의 정책이 완화되면 어떤 일이 나타날까요?

먼저,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성, 설비노후도, 비용편익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변동되는 항목은 주로 구조안전성과 주거환경성이죠.


구조안전성은 건물의 물리적 상태가 안전한 지를 봅니다. 이 항목의 비중을 높이면 높일수록 재건축은 힘들어집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30년이 지난 낡은 아파트라고 해도 건물을 당장 철거하고 새로 지을 만큼 안전하지 못한, 위험한 상태의 아파트는 거의 없기 때문이죠.


반면 주거환경성 항목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재건축은 좀 더 수월해집니다. 대부분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녹물이 나오고, 주차대수가 부족하고, 배관도 낡았고, 외관도 지저분하기 때문에 주거환경성 점수가 높게 나옵니다. 그러니 이 항목의 비중을 높이면 재건축이 수월해지는 것이죠.


표.png ©이승훈부동산연구소


2015년에는 안전진단 비중이 구조안전성(20%), 주거환경성(40%), 설비노후도(30%), 비용편익(10%)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개정이 되어 현재는 구조안전성(50%), 주거환경성(15%), 설비노후도(25%), 비용편익(10%)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구조안전성 비율을 높이고 주거환경성 비율은 낮추니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가 거의 없게 되어 재건축에 의한 주택 공급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안전진단 항목을 새롭게 변경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니,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고, 주거환경성 비중을 높이는 정책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신규주택 분양가를 '택지비 + 건축비 + 가산비' 내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는 현장에서 실제 원가가 변동되었을 때 경직적인 운영으로 비용이 분양가에 적정 시점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최근 자재비 상승을 적기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분양가를 현실화하겠다면서 몇 달 전 6.21대책(원제 :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을 발표했습니다. '분양가 관련 제도를 최근 여건 변화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원활한 신규 착공 및 분양 등을 지원' 한다고 말했죠.


좀 더 현실적으로 원가 반영을 하고 그동안 지출 비용이었음에도 반영되지 못한 비용들인 명도 소송비, 주거 이전비, 총회 운영비 등을 비용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수익이 줄어 공급을 미뤘던 재건축 조합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죠. 물론 이에 따라 분양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에만 적용되는 규제입니다. 재개발이나 리모델링 등에는 적용되지 않죠. 그런데 재건축 조합원들에게는 개발로 인한 사적 이익이 감소하는 정책 중 하나입니다.


재건축부담금의 계산과 산정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재건축초과이익{종료시점 주택가액 - (개시시점 주택가액 + 정상주택가격상승분 총액 + 개발비용)} × 부과율
표-2.png ©이승훈부동산연구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폐지 혹은 상당 부분 감면이나 축소가 된다면 조합원의 직접적인 이익이 증대하기 때문에 재건축이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 제도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주택공급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있는 정부가 이 제도를 완화해 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을 미루고 있던 수많은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서울의 공급 부족과 재건축,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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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전국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가장 부족한 지역입니다. 이는 서울의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것으로 증명되죠. 그러니 면적 대비 주택 비중을 서울에 가장 많이 계획한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옳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할 방법은 사실상 재개발과 재건축뿐입니다. 나대지가 거의 없어 기존의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새로 짓는 방법 외에는 없기 때문이죠. 국유지 혹은 시유지를 활용하여 주택공급을 하는 방법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지만 공급할 수 있는 총량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뚜렷한 대안이 되기는 힘듭니다. 결국 지난달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이죠.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많은 투자자가 모여들게 되어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전 정부에서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실행했고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러나 이런 규제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귀결되었습니다.


사실 예정된 실패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주택이란 재화는 필수재로서 공급이 부족하면 필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인데, 사실상 서울의 유일한 주택공급 수단인 재개발, 재건축을 막음으로써 공급 부족을 초래했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공급을 늘림으로써 공급 부족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지속적 공급으로 주택의 수급 밸런스를 맞춘다면 오히려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울의 집값을 안정화할 방법은 '꾸준한 공급'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정책을 완화하여 서울의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만드는 한편, 재건축 조합원들도 용인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환수제도를 병행하여 공익적 성격도 달성할 수 있다면 가장 멋진 해결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부동산에서 언제나 핫이슈인 재건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990년 초중반에 1기 신도시 입주를 비롯하여 상당히 많은 아파트가 건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현재 30년이 지났거나 곧 도래할 예정으로 재건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르렀죠. 앞으로 재건축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 정해야 할 시점이며, 누구나 주택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대화와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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