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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컴퓨터에 바퀴를 달 것인가!

모빌리티 지각변동 '미래차 패권은 자율주행에 달렸다'

by 현대캐피탈

일본 T 자동차사 AI 벤처스의 짐 아들러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해 3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차 중심의 '이동 수단'에서 전기차 기반의 연결, 공유, 지능화 등으로 집결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산업 주도권이 기존 자동차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2010년대 모바일 시장에서 노키아, 모토로라 같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잃고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자동차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죠.


운전대가 완전히 사라지고 도로 위 모든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을 하는 시대가 되려면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 신호처리부터 주변 환경 인지, 학습, 판단, 제어 등을 담당하는 AI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고 정확한가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은 '자율주행에서의 경쟁력에서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죠.


결국 바퀴에 컴퓨터를 달던 것에서 '누가 먼저 컴퓨터에 바퀴를 다는가'가 패권 다툼의 쟁점이 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IT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손을 내미는 등 기업 간 다양한 투자 및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연합 구축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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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수년 전부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IT 업체로는 인텔이 손꼽힙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은 2017년에 자율주행 기술 및 반도체 회사인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약 18조 원)에 인수하고, 이어 3년 뒤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Mobility-as-a-Service) 솔루션 스타트업 무빗을 9억 달러(약 1조 원)에 품으면서 자율주행 연합을 만들었죠.


반도체로 돈을 버는 인텔이 엄청난 금액을 주고 두 회사를 인수한 이유는 '모빌리티의 미래가 컴퓨팅 역량에 좌우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생산되는 전기차 안에는 전기 모터부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ADAS, 전자 센서, 카메라 등 수백 개의 특수 마이크로칩이 들어갑니다. 모빌리티 산업 변화를 감지한 인텔은 이 모든 시스템을 통제하는 '차량용 중앙 컴퓨터의 역할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 직감한 것이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AMD, 엔비디아에다 직접 반도체 생산까지 나선 애플, 메타 등으로 반도체 칩 생산만으로는 어렵다고 느꼈던 인텔은 재빨리 IoT, 네트워크 등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까지 간파한 것이죠.


무빗은 102개국 3,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8억 명 이상이 사용 중인 만큼 매일 60억 개 이상의 교통 흐름과 사용자 수요에 대한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 7,500곳 이상의 대중교통 사업자에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즉 인텔은 자율주행 부문을 강화해 미래 자동차에 필수적인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경로 최적화 기술까지 확보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텔뿐만 아니라 모든 반도체 회사들이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율주행차가 스마트폰의 뒤를 이어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으며 그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PC, 스마트폰을 만들던 애플이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더니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퀄컴이 자동차 반도체 업계 1위인 NXP를 인수하고,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및 플랫폼 기술력을 크게 키우는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비접촉 문화가 확산하면서 자율주행차 시대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5년 1,549억 달러(약 181조 원), 2035년에는 1조 1,204억 달러(약 1,313조 원)로 연평균 41.0% 성장률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도 20년 1,509억 원에서 2035년 26조 1,794억 원으로 연평균 40.0% 성장할 전망입니다.




완성차 x 테크 기업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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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들도 IT, 반도체 업체들의 광폭 행보를 그저 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고수해오던 자체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테크 기업과 손잡으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죠.


독일 B 자동차는 6년 전인 지난 2016년 초 인텔, 모빌아이와 완전 자율주행차 실현을 위한 협력을 맺었습니다. 인텔이 모빌아이를 인수하면서 업계를 술렁이게 했던 것보다 1년이나 앞섭니다. 당시 인텔, 모빌아이와 맞손을 잡는 이유에 대해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의 핵심이 소프트웨어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죠.


내연기관 중심의 B사 입장에서는 스마트키부터 전반적인 플랫폼 제어를 위한 총체적 ICT 플랫폼 역량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인텔과 손잡으면 부품 수급적 측면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인텔의 아성이 반도체 시장에서 무너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CPU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딥러닝부터 보안까지 아우르고, 5G 무선 플랫폼 구축 등 통합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도 B사 입장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B사는 당시 맺었던 3자 동맹을 통해 '엔드투엔드 솔루션'으로 "내연차에서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는 간극을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F사는 지난해 2월 구글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이 협약은 향후 6년간 생산하는 차량에 구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에 따라 구글은 포드 차량의 클라우드 컴퓨팅 및 기타 기술 서비스뿐 아니라 자동차 내 연결성이 증가하는 많은 부분을 책임집니다.


조만간 운전자들은 차량 내에서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맵, 구글 플레이,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정비 주기나 부품 교체 관련 정보 등도 받아볼 수 있게 됩니다. 차량의 제조, 공급망 물류 시스템 관리 등에서도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될 예정이죠.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부터 AI 활용까지 차량의 전 제조공정에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셈입니다.


구글 입장에서도 F사의 제휴는 매력적인 기회로 작용합니다. 클라우드 업계에서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 한참 뒤처진 구글로서는 F사와의 계약으로 반격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두뇌 장착한 현대자동차의 미래는?


현대자동차그룹+소프트웨어.jpg ©현대자동차그룹


창립 56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는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변화와 혁신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모셔널 설립 등 과감한 선제적 투자, 제휴를 맺고 발 빠르게 인재를 영입하는 등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왔는데요, 지난 8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설립'을 공시한 것도 그 연장선상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밝힌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설립 목적은 모빌리티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 역량 제고입니다. 즉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에서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자동차) 개발 체계를 총괄한다는 전략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소프트웨어 역량이 차량의 기술력은 물론 상품 가치를 결정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내연기관차에 이어 전기차 시장에서도 하드웨어로 인정받은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의 두뇌 격인 자율주행으로 집결되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완전히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읽힙니다.


현대자동차는 모셔널을 통해 오는 2023년 차량 공유 업체인 리프트(Lyft)에 완전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대량 공급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미래항공모빌티리(AAM) 기술도 확보해 실질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한 완전 자동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모델을 선보인 뒤 2030년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기체를 공개하고, 나아가 달 탐사에 이르기까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이 같은 행보는 자율주행 기술 및 서비스 품질, 안전과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차량 복잡성을 줄이면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한 과제


현대자동차그룹+소프트웨어+자율주행.jpg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기술은 단지, 미래 기술, 기술 고도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각종 센서 기술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이 총체적으로 다뤄지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수익 창구가 되는 것도 글로벌 완성차 및 IT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에 뛰어드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카 확산에 따라 차량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만을 분리해 따로 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T 전기차는 이미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돈을 벌고 있고 다른 완성차 업체도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데이' 행사에서 "무선 업데이트 기반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GM 회장은 CES2022에서 "소프트웨어 지원 서비스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2030년엔 소프트웨어로 200억~250억 달러(약 26조~33조 원)의 수익을 내겠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복잡한 도심 교통체증, 주차난, 지역의 교통 사각지대, 교통 약자의 이동 문제 해소 등 각종 도시 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또 자율주행 시대에는 개인의 차 소유 욕구가 해소됩니다. 공유하면 되기 때문이죠. 차를 공유하면 교통체증도 완화되고 주차장도 필요 없습니다. 주차장이 있던 곳은 다른 부지로 활용돼 공간 확보가 용이하고 도시 디자인도 확연히 바뀔 것입니다. 개인차 소유가 줄어드니 환경에도 좋습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레벨 4) 버스·택시를, 2027년까지는 승용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계획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실현되기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 소재를 누구로 할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교통 법규 및 관련 표준화가 정착돼야 한다"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차량 간 통신을 통한 커넥티드 기술력 확보, 사이버 공격과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보안, 나아가 카카오 사태 때처럼 통신이 두절돼도 안전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 또한 중요합니다. 자율주행차가 대체할 인간의 일자리 문제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택시, 버스, 택배 등 운수 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재 양성도 시급합니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요구되는 능력과 직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기술 역량을 강화하면서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은 물론, 해외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는 지속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은 "가장 중요한 AI가 인간을 넘어설 것인가와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진보된 능력, 인간 같은 감정·윤리 판단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을 이루는 것도 숙제"라고 강조하죠.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인 법 제도 정비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를 위한 네거티브 규제 도입,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범운행 지구 확대,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지원, 기술거래 활성화 등 자율주행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이처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 추진을 통해 'K-자율주행 기술'이 글로벌 미래차 시장을 이끌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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