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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캐피탈 Feb 24. 2021

일본 버블 경제가 남긴 교훈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가 최근 5년 사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가 4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우리나라는 2020년 1분기 기준 97.9%로 조사 대상국 중 6위로 집계되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막대한 연금과 높은 임금 수준을 자랑하는 북유럽 3국과 캐나다 그리고 스위스뿐이죠.

전문가들은 이제 가계부채가 감내 가능한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말하는데요.
왜 가계부채가 위험한 것일까요?




1. 버블은 반드시 온다.


1) 무분별한 대출이 만든 모래성

작년 9월 초 마감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투자된 청약 증거금은 58조를 넘었습니다.
공무주 청약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신용 대출 또한 폭증했습니다.
작년 9월 한 달간 5대 시중은행에서만 무려 4조 7천억 원의 신용대출이 나가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투자가 과잉되면서 ‘가계 부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근 10년간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였으나 아직까지 별일 없기에 안이한 태도로 대처했던 이 문제가 이번엔 유독 다른 이유는 8월에만 가계대출이 14조 원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2015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금액입니다. 자산 가격 거품은 언제나 신용 공급의 확대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일본의 버블 경제’이죠.


2)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얼핏 들으면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사실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1980년 후반 세계 100대 기업 중 절반이 넘는 자리를 일본 기업이 차지하면서 일본 경제의 초호황이 찾아온 것이죠.
이런 일본의 초호황은 자연스레 다른 나라의 무역 마찰을 빚었고 플라자 합의(1985년)로 인해 달러는 약세가 되고 엔화는 평가절상이 됩니다.

엔화가 오르자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 판단한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데요.
비극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10억짜리 멘션에 20억을 대출해 주며 무분별하게 유동 자산이 늘면서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자금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은 치솟습니다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5년간 무려 2.7배가 상승하고 전국 여기저기에서 ‘부동산 왕이 등장합니다.

버블 경제 전성기였던 1990년에는 주택 가격이 직장인 연 수입의 8배, 수도권 신규 아파트의 가격은 직장인 연 수입의 18배에 달했습니다.

그렇게 부풀던 버블은 1991년 터지게 됩니다.

일본 정부도 비이성적인 과열을 눈치채고 조정을 위해 대출 규제, 세금 인상, 부동산 감저가 현실화 등 규제 정책을 내놓았고 2.5%였던 기준금리를 6.00%까지 인상했습니다.
그러자 부동산 가격은 절반 이하로 추락하고 유령 도시가 속출합니다.

이렇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2. 일본의 역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1)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10년

우리나라 경제의 10년 후가 일본 경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 규모도 비슷하고 발전 속도나 부동산 시장, 고령화 등 경제 전반적으로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거품이 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과연 일본 경제를 따라갈지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일본이 장기 저성장에 접어든 1990년대 초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해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큰 차이는 엔화의 초강세입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때 250엔이었던 엔ㆍ달러 환율은 1995년 80엔까지 떨어집니다.
우리나라 환율이 1,100원에서 350원으로 떨어진 셈인데요 외환위기 이후 1,000원에서 1,200원 사이의 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환율이 크게 변동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엔화는 안전자산이라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강세가 됩니다.
그래서 아베 정부가 들어설 때 엔화는 70엔대까지 하락한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원화가 약세가 됩니다.
원화 약세는 곧 수출을 늘려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됩니다.
일본은 이러한 메커니즘이 없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일본의 경제 규모는 OECD 총 GDP의 17%를 넘어섰습니다.
경제 규모가 거대할수록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에 맞춰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내수를 단단하게 다져야 하는데 당시 일본은 대규모 부실 채권과 고령화로 내수 시장을 살리기 힘든 구조인 것이지요.

반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현재 OECD 총 경제 규모의 2%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내수가 침체되어도 세계 경제에 성장 동력에 맞춰 회복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2) 한국이 일본의 버블 경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들

일본의 자산 가격이 추락했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입니다.
짧은 기간에 성급하게 인상했던 금리가 버블 붕괴를 유발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현재 우리나라는 금리를 상승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유동성 공급은 중단할 수 없지만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금리를 건드릴 수 없는 정부는 유동성 분산을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과잉으로 공급되는 자금을 부동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 부동산 과잉을 막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계 부채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가계 부채는 곧 부동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과 디플레이션(deflation)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기 부진과 코로나19로 인해 정부는 금리 인화와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중에 풀린 많은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기준 서울 입주 5년 아파트 평균 가격은 무려 14억 원에 육박했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길 우리나라는 고소득·고신용 계층 중심으로 부채가 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워낙 높아진 탓에 고소득·고신용 계층도 갑작스러운 집값 폭락과 금리가 오를 경우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체가 전체 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지만 시작점이 된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는 자금을 풀지만 동시에 그 선택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할 것입니다.




3. 마무리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닌 2020년이었습니다.
다들 목표하신 것을 이루셨나요?

별 탈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권준옥씨가 말했던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시대를 지나왔습니다앞으로 어떤 시대가 우리를 맞이해줄까요?
그 시대에서도 모두 무탈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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