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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Jan 30. 2024

강원도 인제살이의 마지막 무대 위에서

어렸을 때 7년 넘게 피아노 치셨으니
연주회 좀 나가보셨죠?



강원도 인제살이를 시작하며

다시 배우기 시작한 게 피아노였다.


그저 좋아서, 피아노 칠 때만큼은

잡생각이 사라지는 느낌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점점 좋아졌다.


피아노와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피아노 학원 원장님께서 물으셨다. 연주회 경험이 좀 있으시냐고 말이다.


두어 달 학원에 다녔을 때쯤

매년 1월, 학원에서 정기 연주회를 여니

'어머님도 꼭 참여하시라'는 제안을 해주신 것이다.


하지만, 난 연주회에 나가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제법 쳤지만,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원장님이 설마, 라며 놀라셨다. 왜...?


그때 연주회에 나가려면 돈이 좀 들었어요.
부모님이 곤란해하시기에...


나는 세 딸 중 맏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친정엄마는 나와 동생들을 피아노 학원에 보내주셨다.

나의 유일한 사교육 혜택은 피아노 학원에서 받은 것이다.


그러니 연주회까지는 무리였다.


친정엄마가 많이 미안해하시기도 전에

나는 매년 연주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어차피 피아노를 전공할 것도 아니니 괜찮았다.


그래서 연주회에 나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마흔다섯이나 되어

어린 학생들 틈에 끼어 피아노 연주회의 오프닝 연주를 해냈다.


일본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 피아노' OST 곡이었다.


처절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너무나 빠른 선율이었다.

두 달 넘게 연습을 했고, 결국 해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마치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를 선보이듯 처절하게!

피아노 연주회 현장에서
피아노 치는 엄마가 너무너무 멋있었어요!


두 아들은 엄마의 피아노 연주에 엄지 척을 해줬다.


'피아노 치는 남자가 멋지다'라며

두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한 엄마에게

두 아들의 엄지 척은 눈물 나게 고마웠다.


피아노를 치다 실수를 해도

머뭇거리거나 멈추지 않고,

그저 연주의 흐름을 따라 흘러갔듯이


앞으로의 내 삶도 그렇게 흘러가기를 바란다.


실패하고 좌절해도 완전히 멈추지 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 달려가는 내가 되기를.


강원도 인제살이의 마지막 무대는

피아노 연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또, 새로운 나의 무대가 펼쳐지리라 믿는다.




* 함께 읽고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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