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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Apr 23. 2024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은 진짜일까


아이에게 짜증이 자주 난다면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세요.

사람의 에너지는 총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다른 곳에 쏟으면 아이에게 줄 것이 모자랍니다. 

에너지가 부족할 때

아이가 관심을 달라고 하면 짜증이 나죠.

줘야 할 것 같은데 줄게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아이에게 짜증이 자주 난다면

당신의 에너지를 아끼세요.

생활이 가능한 한 단순하게 하기.

관심 끊어도 될 일은 관심 끊기,

마음이 자주 다치는 일과 소식은 멀리하기,

에너지가 남아야 아이도 더 예뻐 보입니다.

미운 행동을 해도 덜 밉습니다.  


- 서천석,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중에서





확실히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을 때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아이뿐만 아니라 남편에게도 짜증을 내고 말았을 순간 깨닫게 된다. 지금 나의 에너지 상태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말이다. 나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고, 꼭 서야 할 곳에 나눠 써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고 있을 때가 많다. 


요즘 내 일상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휴직 중이니 회사 일을 쉬고 있으면서도 괜히 바쁘다. 잠시 생각에 잠길 틈을 주지 않고 뭔가를 계속하고 있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왜 바쁠까? 혹시 바빠야 안심이 되는 건 아닐까? 

출처 : www.pexels.com


딸아, 백수가 과로사한단다. 자꾸 뭘 하려고 하지 말고,
하지 말아야 할 걸 찾아봐라.


친정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면 이상하게도 뭔가를 배우거나 하고 있다. 엄마는 "그냥 가만히 앉아 쉬면 안 되냐"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너무 쉬고 있어서 문제다."라고 말씀드린다. 현재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백수다. 밥만 축내는 한량 같기도 하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자괴감이 든다.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볼 때조차 씁쓸해진다. 이러려고 휴직을 했던 걸까?


그렇다. 이러려고 일을 쉬고 있는 것이다. 이걸 자꾸 까먹는다. 서천석 선생님도 에너지를 아끼려면 가능한 한 생활을 단순하게 하라고 했다. 쓸데없는 데 관심도 끊으라고 했다. 나의 관심이 사방팔방 뻗어있느라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쉰다 =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나에게 '쉰다'는 말은 곧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가 아닌가 보다. 뭔가를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안한 것도 병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끊어내고, 멀리해야 할 것들을 찾아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 늘 심플한 삶을 꿈꾸지만 나는 아주 복잡한 사람이다. 생각도 복잡하고, 마음도 복잡하다. 생각이 너무 많고, 나의 시선은 언제나 바깥을 향해 있다. 에너지를 아끼고 지키려면 갈 길이 멀다. 


하루 스케줄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지 않으면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춰야겠다. 빈 틈 없는 일정이 나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어차피 회사로 돌아가면 이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테니까.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웃픈 말을 그냥 흘려듣지 않아 다행이다. 아낀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쓰겠다. 가족에게 더 자주 웃고 충분히 사랑하련다. 사람의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말이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 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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