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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Apr 29. 2024

요가교실 CCTV에 항의하다


요가하는 내 얼굴이 SNS에 올라오다


지난 2월부터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요가를 하러 간다. 집 앞이라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가서 기분 좋게 땀을 빼고 돌아온다. 운동량이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예전보다 잠을 잘 자고, 피부도 좋아졌다. 틀어져있는 자세도 교정되는 효과가 있어 좋았다. 그동안 여러 요가센터를 다녀봤지만 생각보다 나랑 잘 맞아 만족스러웠다. 


워낙 애정하는 공간이기에 (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애정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요가센터 SNS채널에 회원들이 요가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회원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다 드러났다. 자세히 보니 CCTV의 위치가 회원들의 뒤쪽이 아니라 얼굴이 잘 보이는, 앞쪽 코너 낮은 테이블 위에 있었다. 


이럴 수가. 뻘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분명 CCTV가 동영상 콘텐츠로 SNS에 업로드된다는 얘기도 없었고, 사전에 회원들 동의를 구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출처 : https://pixabay.com/  


선생님, 왜 요가하는데 CCTV가 앞쪽에 설치되어 있나요? 
SNS에 피드 올리실 때 회원들 동의를 구하셨나요?  


이럴 때 잠자코 두고 보질 못해 선생님께 여쭸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CCTV가 눈높이에 설치되어 있어 신경이 쓰인다."라고 말이다. 내 말을 들은 선생님은 당황했다. 이런 문의를 받을 줄 몰랐을 것이다. 


이 일 하나로 요가를 하러 가기가 껄끄러워졌다. 나의 취향이나 성향은 대체로 무난한 편이라 생각하나 가끔 이런 이슈가 있을 땐 맺고 끊는 게 너무나 분명하다. 성격이 모난 편인 걸까?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들을 함부로 대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게 뭐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냥 넘어가지 못할 때마다 손해를 볼 때도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살기가 좀 쉬워지려나?


우리는 CCTV 세상에서 산다. 어딜 가든 CCTV가 나보다 나를 더 잘 들여다본다. 하지만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해야 하는 요가할 때만큼은 피하고 싶다. 안전상 꼭 필요하다면 요가하는 공간 뒤쪽 천장 코너에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조금은 화 난 마음을 진정시켰더니 요가 선생님이 톡을 보내왔다. 


회원님, 말씀해 주신 덕분에 CCTV 위치를 뒤로 옮겼어요.
혹시 SNS에 올릴 땐 미리 말씀드리고 얼굴 모자이크 처리할게요.


순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경험했다. 요가할 때조차 CCTV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착잡하지만 이 정도로 타협할 줄 아는 나라서 다행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딜 가나 CCTV 위치부터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잊지 않으련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CCTV가 나의 모습을 SNS에 업로드시켜 버릴 수 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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