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두 아이들과 남편까지 나가고 나면, 주부의 일상이 시작된다. 주방을 치우고, 세탁기를 돌리면서 집 전체를 스캔한 뒤 몸을 움직인다. 나름 깨끗하게 치우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매일 치워도 먼지는 뽀얗게 내려앉는다. 뭐든 해 먹고 나면 설거지도 해야 한다. 여름이니 빨래도 매일 한다. 세탁기를 돌리는 게 끝이 아니다. 건조기를 돌리고 마른빨래를 잘 개어 서랍에 두는 것 까지가 일이다.
가족들이 쓰다가 아무 데다 둔 물건을 제자리로 가져다 두는 것도 내 몫이다. 예전엔 시간이 없어서 못 본 척했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밟힌다. 그러니 부지런을 떨 수밖에 없다.
휴직 전에는 출근 준비만 하고 집을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할 일은 늘어만 간다. 놀라운 건 그리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일과 집안일은 분명 다르다.
푹 쉬고 있어요? 제대로 힐링하고 있나요?
회사 동료에게 안부 톡이 왔다. 나는 푹 쉬고 있나? 정말 힐링하고 있나?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그녀는 웃었다. 오랫동안 회사에서 함께 일한 동료라 나를 꽤 잘 아는 편이라 그렇게 물은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지 못하는 사람이다. 소소한 일거리가 있어야, 안심이 된다. 다만, 지금 나에겐 우선순위가 달라졌을 뿐이다. 예전엔 회사일이 먼저였다면, 지금은 주부의 삶이 더 중요해졌다. 매일, 집안을 단정히 하고, 아들 둘을 살뜰히 챙기고, 되도록 남편과 회사일 대신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 일들 중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기에 요즘 나는 매 순간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비가 내린 뒤, 맑게 개인 하늘을 보고 또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세탁기와 로봇 청소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클래식 FM이 골라준 음악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나는 정말 운이 좋다. 여전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밤잠을 설치고는 있지만 이 순간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