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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엄마의 말버릇을 배운다

by 글쓰는 워킹맘

주말 오후,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키고, 나는 짬뽕을 시킬 계획도 세웠다. 아침밥과 점심밥은 집에서 차려먹었으니 저녁상까지 차리고 싶진 않았다. 괜히 들떠 아이들에게 외출 준비를 하자고 했더니 둘째가 입이 나왔다. 나가기 싫다는 표시였다. 누구보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이게 어쩐 일인가 싶었다.


처음엔 웃으면서 아이에게 질척거렸다. 같이 짜장면 먹고 자유공원도 걷고, 젤라토 아이스크림도 사주겠다고 꼬드겼다. 그런데도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내게 단호히 내뱉었다.


저는 그냥 집에 혼자 있을래요.
차이나타운에 가는 건 정말 지긋지긋해요.

순간 얼어붙었다. 그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아이의 말에 상처받는 엄마라니, 그게 더 기가 막혔다. 순간 기분이 너무 나쁘고 속상했다. 그곳에 가기 싫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곳에 가는 게 정말 '지긋지긋하다'라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엄마한테 이렇게 심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눈물이 났다. 바보같이 눈물이 많은 엄마에게 아이의 말은 칼날보다 더 날카로웠다. 아이에게 아무 말도 못 한 채 돌아서는 순간 깨달았다. '지긋지긋하다'라는 말을 가르쳐준 사람은 바로 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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