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두 번째 무대는 전북 남원에서 시작된다
인생 전환기, 새로운 출발점에 선 4060세대!
매일의 공간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경험을 품고,
내 삶의 방향을 디자인해보세요.
지난 5월, 한 장의 포스터에 꽂혀버렸다. 경기도 베이비부머 갭이어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베이비부머 인턴 캠프> 모집 공고가 난 것이다. 인생 전환기를 보내는 우리에게 낯설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로 보였다. 인턴 캠프의 인턴이 우리가 아는 '인턴'(Intern)이 아니라 인턴(人-turn)이라는 점도 내 시선을 붙잡았다. 내가 베이비부머 세대인가? 언제부터 중장년의 범위가 4060으로 확장되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캠프의 취지를 살펴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퇴직을 10년 이상 앞둔 내게 다소 이른 게 아닌가 싶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경험하고 준비할 수 있다면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아직 직장을 다니면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내 안의 가능성을 찾고 싶었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디자인해 볼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40대 중반에서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내 나이가 두렵기도 했다. 뭐든 빨리 시작하면 좋겠지 싶었다.
직장 다니면서 오프라인 교육에 참석 가능하신가요?
1차 서류심사에 합격한 뒤, 2차 면접은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zoom)을 통해 참여할 수 있었다. 너무 떨지만 않으면 면접 결과도 좋겠거니 했고, 예상 질문을 만들어 준비했다. 오랜만에 설렜다. 면접을 본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으니까. 거창한 질문과 답을 준비했는데, 의외로 이 질문을 받았다. 곧 은퇴하거나 은퇴 직후 지원자들이 많았던 것인지,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가장 궁금했던 점은 오프라인 교육에 출석을 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경기도 베이비부머 인턴캠프는 총 4개 권역에서 각 30여 명씩 참석하여 지역으로 파견되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오프라인 교육에 성실히 참여할 수 있어야 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성남시 권역을 선택, 지원했다면 내가 살았던 강원도 인제의 냇강마을에서 알고 지내던 마을 분들과 다시 만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에서 교육장까지 가기 쉽고, 반차 휴가를 내고도 문제없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어야 했으니 전북 남원으로 떠나는 고양시 권역에 지원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남원시로 갈 생각에 합격하기 전부터 두근두근 설레고, 걱정도 되었다.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중도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최종 합격하고, 나는 남원 프로젝트를 수행할 한 사람이 되었다.
*갭이어 Gap Year : 학업 또는 직장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기간. 여행과 결합된 자원봉사, 인턴십 등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충전하는 시간
한창 바쁜 시기에 갭이어 시간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운이 좋아야 하고, 길게 휴가를 낼 수 있는 직장에 다녀야 가능할 지도 모른다. 사실 은퇴 후에 귀농귀촌을 꿈꾸기는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 이 프로그램이 귀농귀촌을 유도하는 방향이 아니어서 안심이 되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스스로의 본모습을 발견하고, 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인 것 같았다. 많은 이들이 은퇴 전, 갭이어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내가 먼저 경험하고 주위에 나누고 싶었다.
경기도 베이비부머 인턴캠프는 입학식과 각 권역별 오프라인 교육, 지역별 사전답사와 3박 4일 프로젝트, 결과발표와 졸업식으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지역별 사전답사까지 마친 상태이다.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업그레이드되면서 지속되면 좋겠다. 더 많은 4060 세대가 갭이어의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의미 있을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만 소심해지는 내게 새로운 것에 용기 내어 도전할 줄 아는 면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 여정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 간의 여정을 기록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 나이와 무관하게 인생 2막은 언제든, 다양한 방법으로 꿈꾸고 준비할 수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