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회사에서 명예퇴직(이하 명퇴)신청을 받고 있다. 오늘 근무시간 내로 신청하면 '명퇴금'을 받고 회사를 떠날 수 있다. 12월 첫째 주에 공지가 되었고, 열흘 간 회사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전문기술이 있거나 능력있는 직원들은 한 번쯤 꿈꾸지 않았을까. 실제로 '명퇴'신청서를 제출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의 명퇴금을 확인한 뒤 더 심난해졌고,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넌 준비가 되어 있어?
회사 밖으로 나간다면 뭘 할 거야?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 앞에서,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넌 누구야?
도대체 뭘 좋아해?
뭘 할 때 행복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결국
어떤 일을 하며 늙어갈 건데?
며칠 전, 남편과 '명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말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자의 신세한탄과 다를 바 없었다. 만약 회사 밖으로 나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능력으로 세상에 나를 선보일 수 있을지에 관한 대화였다. "나 명퇴하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더니 남편은 틈도 주지 않은 채 답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회사 다니면서 해.
순간 머리가 띵했다. 회사를 나가야만 하고픈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레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직 준비가 안되어있으니,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준비가 될 때까지 손놓고 있으면 안된다. 이럴 때 이성적인 남편에게 고맙다. 난 그에 비해 감정적이고, 감상적인 편이니 말이다.
나의 5년 뒤, 10년 뒤를 상상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게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아이 키우며 회사다니느라 바쁘다,고 외치기엔 세상이 험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도태되는 세상이니까.
회사에서 쫓겨나더라도 (제발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당당하게 먹고 살 궁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싶다. 언젠간 회사 명함이 아니더라도 나를 분명하고, 똑똑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다. 제대로, 기초부터 배워나갈 것들 말이다.
목표 정하기 (가장 중요함. 나는 어떤 일로 세상에 기여할 것인가?)
글쓰기 실력 (지금보다 200배 더 성장시키기)
브랜드 마케팅 (나만의 브랜드 콘셉트 설정)
각종 스킬 연마 (이미지 작업, 동영상 편집 등)
인맥 구축 (혼자서는 갈 수 없다!)
이 외에도 공부해야할 것 들이 많다.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1년 전의 내 모습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다. 자꾸만 나의 능력을 의심하고, 내겐 특별한 게 없다며 자책했던 그 날들을 기억해보자.
나는 워킹맘이기 전에, 홀로 설 수 있는 사회인이고, 직업인이다. 이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 회사 명함 뒤에도, 워킹맘이라는 타이틀 뒤에도 숨지 않을 테다.
그 언젠가 나의 '명예퇴직'이 진실로 명예로울 수 있도록 계속 공부하고, 또 준비해 나갈 것이다. 사표는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