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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Jul 23. 2023

일하다 쉬면 여기저기 아플 거라고요?

휴직하고 나면 곧 여기저기 아플 거야.
그동안 아픈 줄도 모르고 살다
이제야 아픈 곳이 드러나거든.
그러니 조심해. 병원 빨리빨리 가고!



휴직 발령이 나던 날, 회사 선배가 조언했다. 항상 골골대는 내게 건강정보를 알려주던 선배였다. 일 좀 쉬엄쉬엄하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선배여서 귀담아들을 수밖에 없었다. 휴직하고 나면 더 아플 거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믿기도 싫었다. 지금도 아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더 아프다고? 미처 몰랐던 곳이 드러날 거라고 했다. 본인 경험이니 꼭 믿으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한동안 이 말을 잊고 살았다. 일은 쉬지만 마음은 복잡했고 어수선했다.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은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지금 상태에서 더 아픈 곳이 나오면 안 된다고 주문을 외웠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이가 아팠다. 잇몸이 붓고 들떴다.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고 나면 오만상을 찌푸렸다. 찬 음식, 찬 음료수를 마시면 이가 시리기 시작했다. 치아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다. 마지막으로 충치 치료를 받은 게 15년 전이고, 매년 스케일링 관리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겁이 덜컥 났다. 치과가 무섭지는 않았지만 진료비는 겁났다. 충치 치료라도 하면 돈이 제법 들 것 같아 걱정이 됐다. 그래도 더 미룰 수는 없었고 병원에 갔다.


선생님, 그동안 아프지 않았는데
갑자기 잇몸이 시리고 아파요.
아, 그럴 나이가 됐어요.
만성 치주염도 있고, 충치 치료도 해야 되고,
사랑니도 빼셔야겠어요.


출처 :  pixabay.com


갑자기 한 대도 아니고 여러대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동안 "내 이는 튼튼하다"라며 자만했던 게 화근이었다. 치과는 정기적으로 다녀야 돈을 덜 쓴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흘려들었던 내가 문제였구나.


가볍게 생각하고 들렀다가 충치치료에 이것저것 더해 90여만 원을 결제하고 나왔다. 허탈했다. 정말 일을 쉬다 보니 잠잠했던 곳도 손보라고 아우성인 걸까?


아이들 치아 건강만 챙기지 말고 엄마도 챙겨야죠.
매주 피부관리받는다 생각하고 치과 오세요,
이제부터!


엇, 선생님, 저는 피부관리조차 받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런데 치과를 매주 오라니요. 순간 내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는지 선생님은 넌지시 덧붙였다. "그래야 돈 아끼십니다. 잊지 마세요."


내 몸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뒤늦게 까발려지는 것 같다. 매년 건강검진받을 때 형식적인 치과 검진을 받으면서도 특이사항이 없으니 문제없을 거라 믿었다. 스케일링만 겨우 받아왔으니 이렇게 됐으리라.


스케줄러에 다음 진료 날짜를 적어뒀다. 당분간 치과에 자주 와야 한다. 돈 아깝다 생각 말고 미리 챙겨야겠다. 나의 치아 건강도, 나의 멘털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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