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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Jul 19. 2023

100점짜리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해

받아쓰기 100점 못 받았어요, 엄마. 죄송해요.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온 날. 초등 2학년인 둘째가 쭈뼛거린다. 100점 맞을 줄 알았는데 두 개를 틀렸단다. 80점이라 속상하다는 것이었다. 울먹거리기까지 해 얼른 안아줬다. 


괜찮아, 괜찮아. 80점도 엄청 잘했어!
연습하느라 고생했어, 아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아이의 기분은 풀어질 줄 몰랐다. 공부 욕심이 많은 아이도 아닌데 이상했다. 어른도 맞춤법, 띄어쓰기를 틀린다. 나도 자주 틀린다. SNS에 글을 쓸 때에도 맞춤법 검사를 해야 할 만큼 완벽하지 않다. 이제 아홉 살짜리가 어떻게 틀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아직 장난끼 가득한 아홉살 둘째


100점 맞아야 아빠가 상 준다고 했단 말이에요. 



이런, 이번에도 어른 잘못이다. 100점 맞아오면 기특해서 작은 상을 줬던 게 화근이었다. 칭찬받고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아이다. 그래서 그 핑계로 아이가 좋아하는 도넛을 먹으러 가기도 했고, 함께 앉아 만화를 본 적도 있었다. 100점 맞아오는 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소한 이벤트로 여겼다. 



그런데 아이에겐 이 보상 메커니즘이 강력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100점이 아니면 안 될 만큼. 80점도 내 눈엔 훌륭했는데 말이다. 0점만 아니면 된다. 아직 아홉 살 일 뿐이니까.



미안해, 엄마도 100점짜리 엄마가 아닌 걸.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나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다. 딱 내가 그랬다. 학교에서 시험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짜증을 냈다. 혼자 울기도 했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던 엄마는 황당하셨을 것이다. 시험을 망친 날이면 실내화 주머니를 현관에 휙 던지면서 들어왔다고 했다. 아휴, 성격도 못됐었구나. 어렸을 때 난 고집불통에 욕심쟁이였나 보다.


늦기 전에 사과하고 싶었다. 아이를 꼭 안고 속삭여줬다. 사실, 엄마도 100점짜리 엄마가 아니라고. 하지만 너를 100000점만큼 사랑한다고 말이다.


엄마처럼 책을 사랑하는 둘째. 책 보는 모습이 기특하다


엄마는 백천만 십만... 억만 점 엄마예요!


아이가 아홉 살이면 엄마도 아홉 살이다. 아직 엄마노릇이 서투르다니 부끄러울 일이지만 솔직히 고백했다. 아이는 무조건 우리 엄마 최고라는데 난 여전히 자신이 없다. 그래도 알려주고 싶다. 100점짜리 엄마는 아니지만 언제까지나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말이다.


학교에서 보는 받아쓰기 시험 덕분에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가 20점을 맞아와도 얼굴 붉히지 않는 엄마로 성장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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